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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대통령의 거짓말 善인가, 惡인가?

■ 왜 리더는 거짓말을 하는가? (존 미어샤이머 지음, 비아북 펴냄)


전쟁을 더 이상 일으키지 않겠다고 했던 히틀러의 거짓말,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케네디 대통령이 벌였던 소련과의 비밀 협상과 대국민 거짓말, 미국의 베트남전 전면 개입을 위한 통킹만 조작 사건, 위키리크스에 나타난 각국 정상과 외교관들의 다양한 이중플레이… 지도자들의 거짓말은 비난 받아 마땅한 행동일까. 아니면 유용한 국정 운영의 수단이라고 이해해야 할까. 지도자들이 국민에게 거짓말을 해도 용인되는 것은 과연 어떤 경우일까. 이런 질문에 대해 현실주의 정치사상가인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독창적인 분석을 내놓는다. 저자는 "지도자들은 보통 자기가 비겁하거나 부패해서가 아니라 어떤 전략적 이유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며 "거짓말이 때로는 위험한 세계에서 유용한 국정 운영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국익을 위한 거짓말'과 '이기적인 거짓말'은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는 게 그 전제 조건이다. 저자는 외교 정책의 영역에서 이뤄지는 지도자들의 거짓말로 ▦국가 간 거짓말 ▦공포 조장 ▦전략적 은폐 ▦민족주의 신화 창조 ▦자유주의 규범에 반하는 거짓말 ▦사회적 제국주의 ▦비열한 은폐 등을 꼽고 이 가운데 전략적으로 정당화할 수 없는 사회적 제국주의나 비열한 은폐 등은 논의에서 제외시킨다. 예컨대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한 것은 자국민에게 공포를 조장하기 위한 악의적인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반면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소련이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수하는 대신 미국도 터키에서 주피터 미사일을 철수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국내에서 부인한 것은 전략적 은폐에 해당한다. 소련의 조건을 수용했다는 데 대한 우파의 비난을 피하면서 미사일 위기를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국익을 앞세우는 지도자의 유능함이 때로는 정직이란 덕목과 상충되거나 갈등을 빚는다"며 "거짓말이 전략적 효용을 뛰어넘는 큰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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