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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선으로 동심같은 순수함 담아

장욱진미술관 오늘 개관

장욱진 '사람'

대청마루에 사지를 뻗고 대(大)자로 누운 '사람'. 이게 바로 장욱진(1917~1990)이다. 각종 미술상을 휩쓸고 서울대 미대 교수가 되었으나 자연 속에서 그림만 그리며 살고 싶어 학교를 박차고 나온, 이중섭·박수근과 더불어 우리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이지만 체면과 권위를 집어던지고 늘 "나는 심플하다"를 입에 달고 다녔던 장욱진. 동그라미와 선 몇 개로 그려놓은 단순한 그림 속에는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과 대범함으로 살았던 화가 자신이 오롯이 담겨 있다.

화가 장욱진의 정신을 기리는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이 28일 개관한다. 양주시와 장욱진미술문화재단,유족은 지난 2010년 4월 미술관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사업기간 4년에 총사업비 76억여원을 들여 미술관을 완공했다.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211에 위치한 미술관은 6,200㎡ 부지에 연면적 1,851㎡로 들어서 지하 1층과 지상2층에 전시 및 교육공간을 확보했다.

개관전에는 장욱진의 대표작 유화 60점과 덕소 작업실 벽에 있던 벽화 2점, 기증소장품 유화 19점과 유품 등이 선보인다. 본전시인 '장욱진 명작 60선'은 작가가 즐겨 그렸던 하늘,나무,집,사람을 주제로 화업의 핵심을 짚었다. 1973년작 '가족'은 나무 하나를 사이에 둔 높은 기와집과 움막같은 단칸집을 나란히 보여준다. 부부와 아이들은 좁은 집에 다닥다닥 붙어 서 있지만 창문도 없는 부자집과는 대조적으로 행복과 온기가 넘쳐흐른다. '거목' 등에 등장하는 장욱진의 나무는 세상을 품는 아량과 온화함이자 예술의 영원한 생명력을 뜻한다. '밤과 노인' 등 1980년대 후반 작품에는 도인의 형상을 한 작가 자신이 삶과 죽음을 초월한 세계로서 하늘에 떠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전시를 기획한 정영목 서울대 교수는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함과 그 조형의 간결함으로 원시미술이나 민화의 성격을 보여준다"면서 "그러나 여기에 작가의 독창성이 더해져 '보편성으로서의 한국성'을 이뤄냈다"고 평했다. 개관식은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며 6월16일로 연기됐다. (031)8082-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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