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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통해 세상읽기] 포정해우

■ 포정해우:경지에 오른 포정의 소잡기

수많은 경험 통해 소 잡는 전체 과정 꿰뚫어 대세 장악하면 흐름 이끌 수 있지만

못하면 흐름에 떠밀려 세상살이·기업 경영도 마찬가지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교수



세상은 늘 변하고 있습니다만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합니다. 자신이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유가 있습니다. 변화 속도가 자신의 능력보다 빨라지면 변화를 의식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늦습니다. 변화를 따라갈 수 있지만 변화를 이끌어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속도와 대응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게 됩니다. 변화를 이끌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장자의 포정해우(포丁解牛) 이야기를 살펴보면 변화를 타는 장인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포정이 문혜군을 위해 궁중에서 소 잡는 일을 했다. 문혜군이 하루 우연히 포정이 소를 잡는 장면을 보게 됐다. 원래 소를 해체하는 일은 큰 도끼를 내리치고 칼을 갈아서 소의 부위를 나누느라 피가 튀기는 잔인한 장면이다. 하지만 포정의 손짓과 발짓 그리고 몸짓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 같았다. 문혜군은 포정의 작업에서 잔인함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아름다움을 느꼈다. 문혜군은 마치 귀신에 홀린 듯이 포정이 발휘하는 신의 기술을 다 본 뒤에 궁금증을 참지 못해서 질문을 했다. "소 잡는 기술을 어떻게 배웠길래 이러한 경지에 도달했는가요?"

포정은 하는 일을 멈추고 자신의 작업을 다음처럼 설명했다. 포정은 자신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이 아니라 두 단계를 거쳐서 지금의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정이 처음에 칼을 잡고 소 앞에 섰을 때 소는 실제 크기보다 훨씬 크게 산만한 크기로 자신에 다가왔다. 그는 소 앞에 우두커니 서 있으면서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3년쯤 지나자 소의 크기가 조금씩 줄어들었고 또 눈도 소 전체에 압도되지 않고 작업해야 할 부분에만 집중하게 됐다. 지금은 소를 보고 있지만 그것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 칼을 잡는 순간에 이미 칼이 어디로 들어가서 어디를 거치고 마지막에 칼을 어떻게 거두는지 훤하게 됐다. 눈앞의 소는 포정을 조금도 힘들게 하지 않았다. 그러니 수많은 경험을 통해 소를 잡는 전체 과정을 훤히 꿰뚫게 되니 "소를 잡는다"는 표현조차 이상했다. "소를 가지고 논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설명을 끝낸 뒤에 포정은 다시 소 잡는 기술자를 세 부류로 나누었다. 첫째 달마다 칼을 바꾸는 족포(族포)가 있다. 그이는 칼로 단단한 뼈를 건드리고 힘줄을 억지로 자르려고 하니 칼날이 쉽게 상하는 것이다. 둘째 일 년마다 칼을 바꾸는 양포(良포)가 있다. 그이는 뼈와 힘줄을 피해갈 줄 알지만 아직 살을 억지로 손질하려고 하니 칼날이 무디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의 포정은 칼을 뼈와 뼈 사이, 뼈와 살 사이, 살과 살 사이로 지나게 하니 칼날이 상할 일이 없었다. 포정은 지금의 칼을 19년째 쓰고 있지만 처음 숫돌에서 간 것처럼 조금도 변화가 없다.



전후 맥락을 떠나서 포정의 이야기를 들으면 신비주의처럼 느껴진다.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기술을 문학의 손을 빌려서 멋있게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정의 이야기를 꼼꼼히 생각해보면 그는 아무런 근거 없이 자신의 자랑을 늘어놓는 허풍쟁이가 아니다. 포정이 말하는 것처럼 소의 뼈와 살 사이에 미세한 틈새가 실제로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이 자신이 자르고 싶은 대로 소를 자르는 것이 아니라 소의 뼈와 살의 조직과 구조를 면밀히 이해하고서 칼을 잘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진행하면 작업이 훨씬 수월하게 진행된다.

이 지점에서 보면 소 잡는 일은 세상살이나 경영과 통하는 곳이 있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파악하고 그 흐름을 탄다면 억지를 부리느라 힘을 쓸 필요가 없다. 대체와 대세를 장악하면 포정처럼 여유 있게 흐름을 끌어가거나 타고 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흐름에 떠밀리거나 따라가게 된다. 후자가 족포와 양포의 길이라면 전자가 포정의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포정해우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사실에 바탕을 두고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의 파악을 강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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