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쉬운 영어 수능과 절대평가제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영어 수능 1등급이 크게 늘어나 변별력이 떨어지면 대학들이 수능 비중을 낮추고 영어 논술·면접 등 자체 시험성적의 배점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기는커녕 수험생들의 혼란과 더 높은 수준의 사교육 시장만 낳게 된다. 수능이 변별력을 잃을수록 대입 제도는 다양화·복잡화하고 정부 의도와 달리 관련 사교육 시장의 팽창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몇몇 대학들은 교육부가 쉬운 영어 수능을 예고한 데 이어 6월 모의평가에서 만점자 비율이 5%를 넘어서자 벌써 수능 비중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어가 더 쉬워지면 실수로 한 문제만 틀려도 원하는 대학·학과에 못 가 재수·반수를 하는 수험생도 늘어나게 된다. 이처럼 영어와 한국사에만 수능 절대평가를 시행할 경우 국어·수학·탐구영역에 대한 사교육 수요를 자극하는 풍선효과마저 우려된다. 어느 쪽이든 교육부가 기대하는 사교육 부담 절감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부작용을 줄이고자 한다면 교육부가 수학 등 다른 과목에도 똑같이 절대평가를 도입할지 여부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절대평가제를 시행하더라도 변별력을 유지하고 대학의 본고사 허용 등 학생 선발권과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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