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드컵에서도 페페는 첫판부터 자국인 포르투갈은 물론 세계 축구 팬들을 경악시켰다. 17일(한국시간) 브라질 사우바도르에서 열린 독일과의 G조 1차전. 전반 37분 페페는 수비 진영에서 공을 끌다가 상대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가 따라붙자 오른손으로 뮐러의 얼굴을 밀쳤다. 다소 과장된 동작으로 넘어져 얼굴을 감싸는 뮐러를 보자 페페는 그만 성질을 죽이지 못하고 앉아 있는 뮐러에게 박치기 공격을 가했다. 반론의 여지 없는 명백한 퇴장감. 레드카드를 받은 페페는 어이없다는 듯 웃어 보인 뒤 별일 아닌 것처럼 태연하게 경기장 밖으로 사라졌다. 페페와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한솥밥을 먹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터질 게 또 터졌다는 표정이었다. 페페가 퇴장하기 전 스코어는 0대2였기 때문에 해볼 만했던 싸움. 하지만 수적 열세로 전세는 급격히 기울었고 포르투갈은 전반 추가시간과 후반 33분 뮐러에게 연속 골을 내줘 0대4로 대패했다. 이번 대회 초반 최대 빅 매치였던 경기에 페페가 얼음물을 끼얹은 것이다.
세계 최고의 기량과 인기를 자랑하는 호날두지만 혼자서 분위기를 바꾸기에 독일은 너무 강했다. 결장 우려를 딛고 풀타임을 뛴 호날두는 동료들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한 채 볼 터치 44회로 첫 경기를 씁쓸하게 마쳤다. 양 팀 선발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적은 수치. 과거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던 터라 유독 호날두의 팬이 많은 브라질 국민도 허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2007년 포르투갈로 귀화한 브라질 출신임에도 페페에 대한 비난 여론은 시간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페페가 경기를 망치는 바람에 호날두의 정상적인 플레이를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포르투갈은 월드컵 4회 연속 퇴장의 불명예 기록도 세웠다.
페페는 흔한 악동들보다 한 단계 위의 비신사적 행위로 악명이 높다. 2012년 바르셀로나와의 라이벌전으로 치러진 스페인 국왕컵에서 넘어져 있던 리오넬 메시의 손을 일부러 밟고 지나갔고 2009년 리그 경기에서는 상대 공격수를 밀어 넘어뜨린 뒤 두 차례나 발로 걷어차 10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날 경기 후 파울루 벤투 포르투갈 감독은 "페페의 행동은 패배를 가져온 치명적 실수"라고 말했다. 포르투갈은 페페가 최소 2경기 출전정지를 받을 전망인데다 이날 부상당한 공격수 우구 알메이다(베식타스), 왼쪽 수비수 파비우 코엔트랑(레알 마드리드)도 미국과의 2차전 정상 출전이 불확실해 16강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편 지난 남아공 월드컵 득점왕(5골)인 뮐러는 첫 경기부터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득점왕 2연패에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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