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들은 대부분 기업 구조조정 업무와 상관이 없거나 전문성이 없다고 한다. 산은은 경영감시 목적이라고 해명하지만 낙하산은 로비 창구에 다름 아니다.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산은이 2009년 유관기관 재취업을 규제하는 공직자윤리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탓이 크다. 지난해에는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됐다.
도를 넘는 낙하산 인사는 기업 구조조정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산은은 대규모 신디케이트론을 받은 동양시멘트가 2010~2012년 세 차례에 걸쳐 부채비율 등 자구계획을 이행하지 못했는데도 유예기간을 주고 재무약정 조건을 완화해줬다. 부실한 경영감시는 산은과 동양그룹의 부실을 키우고 동양증권을 통해 동양시멘트 회사채 3,562억원어치를 사들인 투자자들에게도 큰 상처를 줬다. STX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경영진 인사 등을 둘러싸고 잡음이 적지 않았다. 산은의 올해 적자규모가 1조원 정도로 불어날 수 있다고 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낙하산을 고리로 한 산은과 출자ㆍ대출기업 간 유착관계는 기업 구조조정을 그르치고 부실을 키울 뿐이다. 국민의 혈세와 정부재정, 국가경쟁력까지 좀먹는 암적인 존재다. 정부는 공직자윤리법령을 손질해 산은의 부적절한 낙하산 배출구를 봉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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