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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Life] 김재원 해외문화홍보원장

"한국문화 홍보 창구역할 넘어 콘텐츠 수출 전진기지 돼야죠"


김재원 해외문화홍보원장이 지난해 10월 22일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를 취재한 외신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라바'' 인형을 선물하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제공=해외문화홍보원

아부다비서 업무 협약 등 재외문화원 연내 3곳 신설… 국가별 맞춤브랜드 키울 것

한류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단계적 홍보 전략 세우고 잠재력 큰 남미도 적극 진출

역사·국가정보 오류 대응… 통합신고 시스템 운영


"해외문화홍보원 직원은 문화산업 확산을 위한 마케터가 돼야 합니다." "코리아 마케팅을 위한 센터가 재외문화원입니다." "재외문화원은 각각 대표 브랜드 사업을 갖고 키워나가야 합니다." 김재원(사진) 해외문화홍보원 원장은 거침없이 쏟아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인 해외문화홍보원은 말 그대로 우리 문화를 해외에 홍보하는 핵심 창구다. 상품이 어떻더라도 일단은 포장을 잘해야 하는 것이 '홍보맨'의 역할이다. 대한민국 문화홍보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주한 미국대사 피습 등 해외에서 봤을 때 온갖 악재가 쏟아지고 있다. 반면 우리의 문화산업이 커지면서 콘텐츠 강국을 위한 문화홍보원의 역할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국가순위는 13위지만 같은 해 독일 시장조사기구 GfK가 집계한 국가브랜드지수 순위는 27위에 그쳤다. 홍보의 중요성이 그만큼 큰 것이다. "정책 실현에 있어서는 현장이 중요합니다. 정책을 만드는 데 10%의 힘을 기울였다면 나머지 90%는 홍보와 점검에 쏟아주십시오." 문화 측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이 발언(2014년 7월18일)이 해외문화홍보원에 가장 잘 들어맞는 말이다. 김 원장을 만나 글로벌 문화홍보 업무에 대한 비전을 들어봤다.

◇"문화산업에 중점을 두겠다"=문체부와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공동으로 지난해 11월 14개국 5,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최근 공개한 '제4차 해외한류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류가 4년 이내 끝날 것'이라고 대답한 응답자가 57.2%나 됐다. 반면 '5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응답은 19.9%에 불과했다. 물론 이것은 전년도의 3차 조사에 비해 '4년 내 끝날 것'은 4.4%포인트 하락했고 '5년 이상 지속'은 3.6%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기존 한류를 확산시키는 것과 함께 새로운 한류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이 이끌고 있는 해외문화홍보원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김 원장은 "한국 문화의 소개를 넘어 한국어 교육기관, 나아가 문화 콘텐츠의 수출전진기지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해야 할 일이 많다. 해외문화홍보원과 재외문화원을 질적·양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그것이다. 문체부는 지난주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맞춰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아부다비에 한국문화원 개설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주아부다비 문화원을 포함해 올해 안에 3개소를 추가로 신설한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1979년 도쿄와 뉴욕 등 2개소로 시작한 재외문화원 영역은 현재 24개국 28개소로 커졌다.

질적인 측면에서는 해외문화홍보원의 패러다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재외문화원이 '한국문화' 소개에서 나아가 보다 적극적인 문화산업의 마케팅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우리의 문화 콘텐츠와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문화산업 마케터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해외 현지에서 활동하는 재외문화원의 체질을 강화해나간다는 각오다. 하나씩은 특히 잘하는 것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대표 브랜드 발굴이다. 그는 "재외문화원별로 현지 특성에 맞춰 브랜드 사업을 하나 정도 갖추도록 하겠다. 브라질이나 독일 문화원 등 각자 놓여진 환경이 다르다. 어느 문화원 하면 어떤 사업을 한다는 것을 대륙별·국가별로 대표 브랜드를 발굴해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예산증가 같은 비용투입 문제가 아니라 관점의 문제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우리 문화홍보도 영화상영, 공연과 한글강좌 등 일상적인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물론 한류 전파의 주력은 민간이다. 기업이나 개인이 적극 나서 우수한 콘텐츠를 제작함으로써 지금의 한류를 만들어냈다"며 "해외문화홍보원이 할 일은 이를 보다 체계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한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야=한류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계 어느 지역, 국가나 인종 등 모든 사람은 어느 정도 외부 자극에 대해 배타적이다. 한류를 보는 전 세계 평범한 사람들의 시각도 마찬가지다.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 문화를 알리고 문화산업을 키우는 것이지만 단계적인 전략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한국적 문화'를 강제로 권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며 "K팝이나 드라마 등 대중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높인 후 전통문화와 다른 산업·상품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정 국가를 기준으로 보면 한류라는 것은 성장하기도 하고 축소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의 경우다. 그는 "일본에서 한류 분위기가 식은 것은 사실이다. 호감도가 떨어졌고 부정적이라는 인식이 늘어났다"며 "한류 자체에서도 예전 같은 히트작이 적고 킬러 콘텐츠가 줄어들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글로벌 차원에서 여전히 한류는 성장하고 있다. 중국시장은 커지고 있고 다른 국가들에서도 확산 중이다. 김 원장은 특히 남미시장의 잠재력을 크게 봤다. 가톨릭의 영향으로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점에서 남미 지역민들의 정서가 우리 민족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는 "남미는 좀 더 공격적으로 문화 콘텐츠 산업 진출 드라이브를 걸어도 된다"며 "의외로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단편적으로라도 한국 문화를 접하고 호감이 늘고 있다. 처음 호기심에 잘 대응하고 그런 것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재외문화원이 한국 문화·문화산업 전파의 중심"=현재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재외문화원은 24개국 28개소다. 올해 내에 UAE의 수도 아부다비에 문화원이 문을 열 예정이다. 중동지역에 설치되는 재외문화원으로서는 최초다.

이번에 설치되는 주아부다비 한국문화원은 처음부터 문화산업 확산을 염두에 두고 꾸려진다. 문체부는 주아부다비 문화원을 한류 콘텐츠와 첨단 정보기술(IT)을 융합한 전시·체험, 국내의 문화창조융합센터와 UAE 문화원 방문자 간의 실시간 쌍방향 소통 공간 조성 등을 통해 특색 있는 문화원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공개한 바 있다.

이미 다양한 정부기관과 민간단체가 세계무대에서 한국을 알리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영화진흥위원회·한국국제교류재단·세종학당·KOTRA 등이 그런 곳이다. 이런 기관들과 함께 문화원을 핵심으로 협업하게 한다는 것이 김 원장의 생각이다. "큰 의미에서 모두 한국을 홍보하는 기관들입니다. 부처의 경계를 넘어서야 합니다."

해외문화홍보원 본부 차원에서는 올해 중요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확한 한국 정보를 알리기 위한 노력 차원에서 추진 중인 '통합오류 신고시스템' 구축이 그것이다. 독도나 동해명칭 등 지금까지 부정확한 내용이 해외 언론에 보도되거나 사이버상에 제기돼도 이를 확인하고 수정하는 데 시간이 지체되고 각 부처나 기관의 관할권 논란 등 문제가 있었다.

즉 우리의 역사 및 국가정보에 대한 오류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신고부터 접수, 조치까지 원스톱 서비스가 이뤄지는 '통합오류 신고시스템'이 범정부적으로 올해 안에 구축되는데 이의 운영을 해외문화홍보원이 담당하는 것이다. "좋은 문화를 소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잘못된 것을 적기에 발굴하고 시정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미에서다

◇세계시장에 통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김 원장이 우리 문화산업 홍보에 대한 적극적인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것은 그의 경력 때문이기도 하다. 법대 출신에다가 지난 2009년부터 3년 동안 미국 LA문화원장을 하면서 실제 현장을 겪었고 이어 문체부에서는 예술정책관과 콘텐츠정책관을 거치면서 실무도 익숙하기 때문이다. 문화홍보와 함께 적극적인 문화상품 마케터가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체득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우리의 문화산업 제작자들도 이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까지 먼저 보고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며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보편적인 공감대를 찾아야 한다. 장기적인 국가성장은 서비스와 콘텐츠 쪽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He is…

△1963년 경남 사천 △진주고, 서울대 법대, 경상대대학원 행정학과 △1987년 문화공보부 행정사무관 △1996년 세계무역기구(WTO) 파견 △1998년 문화관광부 게임음반과장 △2002년 스페인 네브리하대 국외훈련 △2004년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운영단장 △2006년 문화관광부 문화미디어진흥단장 △2009년 LA문화원장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정책관·콘텐츠정책관 △2014년 해외문화홍보원장











체제 홍보서 국가브랜드 홍보로… '소프트파워' 육성 교두보

■ 해외문화홍보원은

한 국가의 해외홍보 방식과 내용은 시대에 따라, 정권에 따라 다르게 설정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한국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우리나라 해외홍보기관이 설립된 것은 지난 1971년이다. 처음 설립될 때의 이름은 '해외홍보관'이었다. 다만 이때 우리 정부의 해외홍보 방향은 '체제홍보', 보다 정확히는 '체제방어홍보'였다. 당시 한국의 이른바 '개발독재'를 맹비난하던 서방 언론을 대상으로 '한국적 상황의 특수성'과 정부정책의 당위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그 목표이자 목적이었다. 남북의 대치상황에서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됐다.

체제홍보 위주에서 1980년대에 들어와서야 경제홍보의 비중이 높아지기 시작한다. 한국경제 성장과 함께 올림픽 유치로 체제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전후 폐허에서 일어선 우리의 경제성과를 알리는 데 본격 나선 셈이다.

본래의 목표라고 할 수 있는 문화홍보의 중요성은 1980년대 후반부터야 인식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이후부터는 국가 브랜드를 하나의 자산으로 보고 국가 브랜드를 높이기 위한 활동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즉 아직 문화홍보의 역사는 선진국에 비해서 짧다고 할 수 있다. 2010년대에 들어와서는 한류의 확산과 함께 한국 문화 전파에서, 더 나아가 문화산업의 마케터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문화도 즐기는 것과 함께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이의 육성과 확산이 거꾸로 국가 브랜드를 높일 수 있다는 논리가 완성된 것이다.

현재 해외문화홍보원 조직은 세종시의 본부와 그 산하에 재외문화원 24개국 28개소가 있다. 아시아와 유럽에 각각 10개소가 있고 북미와 중남미에 각 3개소, 아프리카에 2개소 등이다. 올해 주아부다비 문화원이 성사되면 중동에도 첫발을 디디게 된다. 정부는 올해 3개소를 추가할 예정이다.

해외문화홍보원의 홍보대상을 봤을 때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것과 함께 언론인에 대한 홍보가 그것이다. 특히 해외언론은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적인 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는 오피니언 리더라는 차원에서 해외문화홍보원은 우리나라의 얼굴과 입, 귀 역할을 하는 셈이다.

21세기 해외홍보 방향은 결국 '소프트파워'의 확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문화홍보를 국가정책을 행사하는 단기적 외교적 수단으로 봐서는 안 된다. 문화는 음악·미술·공연·영화 등 예술이나 콘텐츠의 영역을 훨씬 뛰어넘는 교육·철학·종교·이데올로기 등 우리의 삶의 방식과 생활상 전체라고 할 수 있다. 세계무대에서 한국 문화가 단순한 유행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확실한 토대와 이의 체계적인 육성이 필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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