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제 위기를 구하기 전에 강력한 관리ㆍ감독 기능 등 전제조건을 내걸었던 독일이 한풀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다.
28일 독일의 볼프강 쇼이빌레 재무장관(사진)은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독일이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생각보다 빠른 시일 안에 유럽 경제 위기를 진화하기 위해 나설 수 있다”며 “최근 부인했던 단기적 처방도 이른 시일 안에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WSJ은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바로 앞둔 시점에 사실상 독일의 ‘돈 줄’을 쥐고 있는 재무장관이 그 동안 독일의 강경한 입장에서 크게 선회한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쇼이빌레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시장은 독일이 완벽한 재정통합ㆍ관리권을 보장받을 경우에만 경제위기 진화에 나설 것이라 보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유로존(유로화사용17개국) 관련 규약을 전면 수정하지 않더라도 독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재정통합ㆍ관리권을 보장받는다면 언제라도 위기 분담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과 외신은 최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 유로본드 도입은 없다”고 언급함에 따라 독일이 위기 분담에 적극 나설 일은 없을 것이라 예상해왔다. WSJ은 쇼이빌레 장관이 “메르겔 총리의 발언이 농담수준에 불과한데 시장과 외신이 과민반응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쇼이벨레 장관은 또한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유로존 각국의 국채시장 안정화를 위해 단기적인 조치가 시급하다는 데도 공감했다. 그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유럽안정화기구(ESM)등을 이용해 각국의 국채를 직접 매입하는 방법 등이 동원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 동안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독일이 연일 강경한 입장을 보임에 따라 자국 경제 위기를 진화하기 위한 구제금융 도입이 막힐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이며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등 고통을 겪어 왔다. 쇼이빌레 장관은 이 같은 단기 조치가 투자자의 심리적 안정을 이끌어내 국채금리 안정 등 위기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유럽 통화동맹의 전면적인 수정이 불길 진화보다 선행돼야 한다는 독일이었지만 단기적인 조치는 압당겨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 그는 유로존 조약의 전면적인 수정이 없어도 독일이 각국의 부채에 대한 공동보증을 설 수도 있다고 밝혔다.
WSJ은 독일의 이 같은 입장 변화로 시장의 예상보다 더 큰 성과가 이번 회의에서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한편 유로존 정상들은 EU정상회의가 폐막되는 29일 이후 별도로 모여 오는 30일까지 회의를 계속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단기대책들과 관련한 일정한 진전이 도출될 지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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