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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경험으로 만나는 예술의 가치


발레가 언제 어디서 시작됐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귀족과 부호들이 밤마다 연회를 즐기는 가운데 발전됐다고 한다. 특히 1553년 앙리 2세와 결혼한 메디치 가문의 딸 카트린 데메디치에 의해 프랑스에도 발레가 소개됐다.

절대왕권을 확립하기 위한 도구로 발레를 이용했다는 기록도 있지만 종합예술인 발레는 음악ㆍ미술ㆍ의상ㆍ분장ㆍ소품 등 다른 분야의 발전에 기여하면서 음악 교사가 발레를 가르쳤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특히 루이 14세는 직접 춤을 춘 발레리노인데 예술을 사랑하고 즐겼으며 음악과 무용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고 한다. 최초의 발레학교를 세워 발레가 체계적으로 교육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왕족ㆍ귀족들만 즐길 수 있던 발레를 일반 시민들도 볼 수 있게 프로시니엄 극장을 만들었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낭만 발레가 꽃을 피웠던 시기에 우리나라에도 문학과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왕과 왕족들이 있었다. 조선 23대왕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는 부왕과 모후를 위한 연회를 직접 관장하고 악장과 가사를 만들어 궁중무용인 정재무를 창작했다. 효명세자가 21세에 짧은 생을 마치지 않고 루이 14세처럼 77세까지 장수했다면 조선시대 음악과 무용이 얼마나 많이 발전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효명세자의 예술적 감각은 그의 아버지 순조에서 비롯됐다. 순조도 음악 이론에 조예가 깊고 악학(樂學)을 꾸준히 연구하도록 장려했다. 또 기교적으로만 훈련된 음악인이기보다 음악을 통해 덕을 갖춘 인물이 배출돼야 한다고 늘 강조하기도 했다. 루이 14세의 아버지 루이 13세도 예술을 사랑하고 즐겼으며 어릴 때부터 그런 아버지를 보고 배운 아들은 자연스럽게 아버지를 닮고 배웠다.



예술을 자연스럽게 보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거나 체계적으로 무용가나 이론가가 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교육이 아닌 아이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파악하기도 전에 돌고 뛰는 기교를 훈련시키는 입시와 콩쿠르 위주의 오늘날 무용교육 현실과는 너무 많이 비교된다. 단숨에 터득하는 기교적 훈련보다 예술혼의 근간이 되는 교육이 더욱 중요하다. 유년시절부터 엄마, 아빠와 함께 공연을 본 뒤 공연에 대한 느낌도 나누고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경험을 갖는다면 분명 그 아이들은 자라면서 예술을 배우는 데 몰두하는 게 아니라 더 많이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서양 예술뿐만 아니라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귀한 문화, 예술도 계승하고 발전시켜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전통문화는 어느새 사라지고 우리 아이들은 최신 유행에 맞춰 자극적인 경험에만 반응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 예술인들이 매일 되새겨야 한다. "TV 오락 프로그램보다, 혹은 캠핑보다 훨씬 재미있는 공연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예술 창작에 임해야 할 것이다. 원칙은 지키되 대중과, 특히 다음 세대 우리나라를 이끌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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