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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꽃핀 대기만성 김승혁 ‘미생에서 완생으로’

KPGA 투어 상금왕·대상 석권…한국·일본서 8억원 이상 벌어, 메인 스폰서 2곳 제의도

정신력 키우려 2008년 해병대 지원 이력, 첫 1년 보병으로 근무…내년 목표는 일본 정복

여자친구 양수진은 부모님에게도 소개, 결혼은 아직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코오롱 한국 오픈 우승 뒤 엄지손가락을 펴 보이는 김승혁. 지난해까지 이런 세리머니를 펼칠 일이 없는 무명이던 김승혁은 “이제는 일본에서도 ‘SH 키무’라고 부르며 알아보는 사람이 더러 있다”면서 웃었다. /사진제공=KPGA

“한 해 상금이 1,900만원이던 때도 있었어요. 경비를 빼면 벌기는커녕 까먹고 다녔던 셈이죠. 이제 아버지께 효도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김승혁(28)은 올해 국내 남자프로골프(KPGA) 투어가 배출한 최고 스타다. 데뷔 9년 만의 첫 승으로 무명 딱지를 떼더니 상금왕과 최우수선수상 격인 대상을 석권했다. 상금왕·대상 독식은 배상문 이후 5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다. 8개 대회에 출전해 2승 포함, 톱10에 4차례 오르며 쌓은 상금은 5억8,900만원. 여기에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도 우승상금 2억1,000만원짜리 대회를 제패했다. 지난 2005년 데뷔 뒤 9년간 터지지 않던 우승이 한국과 일본에서 3차례나 터진 것이다. 김승혁은 필드 밖에서도 뜨거웠다. 5월 SK텔레콤 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뒤 여자프로골퍼 양수진(23)과의 교제 사실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안팎으로 뜨거운 남자’ 김승혁을 1일 인터뷰했다. 국내 투어는 끝났지만 일본 투어는 아직 대회가 남았다. 전날 일본 대회를 마치자마자 잠시 한국에 들어온 김승혁은 2일 바로 일본으로 돌아가 4일부터 열릴 일본 투어 시즌 최종전에 출전해야 한다. 불과 한 해 전만 해도 불러주는 곳이 없어 서럽던 김승혁은 이번 주까지 14주 연속 대회 출전에 기타 일정을 소화하느라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쉴 틈 없이 대회에 나가다 보니 컨디션이 왔다 갔다 할 정도로 힘든 상태다. 몇몇 초청 대회는 출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주 대회가 끝나면 무조건 휴식”이라면서도 웃음은 감추지 않았다.

김승혁은 지난 9년간 쌓은 상금 약 3억5,000만원의 2배하고도 1억원 이상을 올 한 해 벌어들였다. 1년 전 748위였던 세계랭킹도 120위권까지 뛰어올랐다. 유독 아버지 김익권(54)씨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은 김승혁은 “어릴 때 아버지가 저 때문에 사업을 접으셨다. 지금은 다른 일을 시작하려고 하시는데 효도할 방법은 상금을 많이 버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우승 없이 9년을 보내고 맞은 10번째 시즌, ‘올해 안 되면 골프를 그만두겠다’는 식의 배수진을 기대했지만 김승혁은 반대였다. “첫 승이 늦어진다는 생각은 했지만 언젠가는 잘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골프를 그만둔다는 생각은 해 본 적 없다고 한다. 될 때까지 한다는 집념을 잃지 않았다. 드라이버 거리는 280야드로 길지 않지만 쇼트게임에 강한 그의 골프도 집념의 산물이다. 올해는 시즌 전부터 ‘한 번은 우승할 수 있다’는 확신 끝에 5월 첫 승이 찾아왔고 10월 일본 투어 도카이 클래식 우승에 이어 한국 오픈마저 접수했다. 한국 오픈에서 유일한 언더파 스코어로 우승한 김승혁은 11월 신한동해 오픈(공동 4위)에서는 마지막 날 마지막 홀 10m 버디로 대상 수상도 확정했다. “첫 승을 하고 나서는 골프가 여유로워졌습니다. 예전에는 한 번 흔들리면 와르르 무너지곤 했었는데 올해는 기복이 많이 없어졌어요.” 첫 승 뒤 2승, 3승으로 신바람을 낸 비결이다. “위기가 와도 타수를 많이 안 까먹고 등수를 지키는 능력이 좋아졌습니다.” 이런 여유는 자신감으로 이어져 김승혁은 ‘반짝 스타’로 스러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불안감이 없어졌다. 저만의 운영 능력을 찾았기 때문에 이제 이대로 쭉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프로 데뷔까지 엘리트 코스를 밟았던 김승혁은 “아마추어 때 잘하던 감을 찾았다”고도 했다.



김승혁은 해병대 출신 골퍼로도 알려져 있다. “정신도 가다듬고 강인함을 얻어오고자” 2008년 굳이 해병대를 택했다. 김포에서 보병으로 근무했던 첫 1년은 너무 힘들어 해병대 지원을 후회하며 보냈다고 한다. 이후 고양시로 옮겨 골프장 관리병으로 생활하면서 골프에 대한 열정을 되찾았다. 휴가를 이용해 KPGA 투어 시드전에 출전, 잃었던 투어 출전권도 다시 따냈다. “군대에서 골프 연습을 해봤자 하루 100개도 안 되는 공을 칠 뿐이었어요. 그래도 휴가 나와서 도전한 2009년 시드전에서 2등을 하면서 2010년 전역 뒤 바로 투어에 복귀할 수 있었죠.” 입대 직전 시즌 상금의 2배를 전역 후 첫 시즌에 벌어들인 김승혁은 2011년 처음으로 시즌 상금 1억원을 돌파하는 등 조금씩 기지개를 켠 끝에 올해 마침내 이름 석 자를 단단히 각인시켰다. 메인 스폰서 제의도 잇따라 곧 2곳과 협상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일본 투어에 본격적으로 욕심을 내보겠다고 한다. 지난달 30일 끝난 대회에서 일본 최고 스타 이시카와 료와 같은 조로 경기하며 더 의욕이 생겼다. “일본 투어는 이제 2년차인데 그린 주변에서 굴려서든, 띄워서든 자유자재로 핀에 붙일 수 있어야 일본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목표는 일본 투어 상금왕. 여기에다 “국내 투어는 올해 우승한 대회에서 모두 2년 연속 우승을 노리겠다”고 했다.

태국 전지훈련 때 만나 1년 가까이 교제하고 있는 양수진과는 변함없이 ‘알콩달콩’이다. 30일 귀국 때도 같이 들어온 둘은 2일에도 함께 나간다. “서로의 부모님도 다 만나뵌 상태”라는 김승혁은 결혼 계획을 묻자 “아직 결혼은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웃어넘겼다. 아버지 김익권씨는 “(아들이) 서른 넘어 장가가면 좋겠다”며 며느리 감으로 양수진에 대해서는 “서로 좋다면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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