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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재인의 "지난 대선 불공정" 금도 넘었다

야당의 '대선불복' 논란 속에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23일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사건, 검찰의 외압 의혹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고 결단을 촉구하는 성명에서다. "미리 알았든 몰랐든 박근혜 대통령은 그 수혜자"라며 "본인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회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지지자들이 반기겠지만 냉정하게 볼 때 대선불복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문 의원은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과 경합을 벌였던 당사자다. 권력기관의 선거개입 논란으로 정국이 극심한 혼란에 빠진 지금 그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는 강력한 파괴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언행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함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대선불복'으로 비칠 수도 있는 '대선 불공정'이라는 언급은 한때 대통령 후보였던 이가 뱉을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선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여당이 강력 비난에 나선 것도 당연하다.

대선불복 선언은 주머니 속 물건처럼 쉽게 꺼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며 전면전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야당으로서는 죽기 전에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야당 일각에서 대선불복성 발언이 나왔을 때 지도부가 즉각 "대선불복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문 의원의 선언으로 야당이 루비콘강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우리는 작금의 상황에 대한 박 대통령의 침묵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대선불복으로 끌고 가려는 어떤 시도도 분명히 거부한다. 문 의원은 "박 대통령의 결단만이 혼란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선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만큼 국민에게 실망과 혼란을 안겨주는 일은 없다. 문 의원은 '대선 불공정' 발언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야당이 더 깊은 수렁에 빠져 존폐 위기를 겪는 건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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