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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MBC ‘무한도전’가요제에서 호흡을 맞췄던 정형돈과 지드래곤이 ‘2013 MBC 방송연예대상’ 후보로 올랐다는 소식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몇 년 전만 해도 베스트‘커플’상에 남남(男男) 커플이 거론됐다면 고개를 갸우뚱했을 법한데 ‘형용돈죵’ 정형돈-지드래곤 커플(?)에 누리꾼들은 열광하며 수상을 응원하고 있다. 그만큼 브라운관 속 남남 커플 조합을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동성애 코드는 우리 가까이에 와 있다.
올해 영화 드라마 예능뿐만 아니라 공연계에서도 남남 커플 이야기는 관객들의 인기를 끌었다. 지난 10월 성황리에 막을 내린 뮤지컬 ‘쓰릴미’는 동성애 코드로 여성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대표작 중 하나다. 천재소년 리차드와 네이슨의 사랑과 살인을 담은 이 이야기는 두 인물 간의 관계와 파워게임을 박력 있고도 섬세하게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다. 올해 재연 중인 뮤지컬 ‘풍월주’ 역시 신라시대 남자 기생 열과 사담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안무와 노래를 통해 더욱 애잔하게 담아냈다. 지난 3일 개막한 연극 ‘나쁜자석’ 역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네 친구의 우정 이상의 감정을 묘사한 작품이다. 그 외에도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연극 ‘올모스트 메인’ 등에도 동성애와 우정 이상의 감정을 담은 요소가 녹아 들어 있고, 뮤지컬 ‘넌센스 A-men’의 경우 출연진 전원이 남자 수녀라는 독특한 캐릭터 설정으로 남남 커플이 대거 등장한다.
위 공연 대부분은 관객들의 앙코르 속에 올해 초연이 아닌 재연으로 올라온 작품들이다. 관객들의 평점도 높을 뿐만 아니라 재관람 비율도 높다는 점에서 더이상 동성애 및 남남 커플의 이야기가 부담스러운 소재가 아닌 신선하고 흥미롭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남남 커플의 이야기에 끌리는 이유는 뭘까. (물론 훈훈한 배우들이 짝으로 나와 눈이 즐거운 묘미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드라마가 그렇듯이 관객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있음직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찾을 수 없는 그들의 사랑을 바라보며 관객들은 이해하고 만족한다. 이루어질 수 없는 판타지에 더해지는 애틋함 역시 여성 관객들이 회전문을 돌고 또 돌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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