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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도선염 앓고난 뒤 빨간 피부발진 생겼다면 ‘건선’ 의심


주부 이모씨(34)는 최근 추웠다 더웠다 하는 날씨와 육아스트레스 탓에 편도선염으로 고생했다. 고열, 오한, 목통증으로 고생하면서 땀을 많이 흘린 탓인지 원래 갖고 있던 건선이 악화된 느낌이다. 등과 팔뚝 부위를 중심으로 손톱만하거나 크게는 10원짜리 동전만하게 빨갛게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에 재발한 것만 치면 건선과 씨름한 게 10번도 더 넘는다. 피부과를 찾아 약을 처방받아도 그때 뿐, 효과가 지속적이지는 못했다. 다시 건선과의 전쟁을 치를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편도선염이나 급성 인후염 등 상기도 감염은 연쇄상구균(사슬알균)에 의해 발병한다. 이 세균은 건선의 최초 발생은 물론 재발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이 씨처럼 편도선염으로 고생하는 환자는 증상이 악화될 우려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연쇄상구균에 감염된 경우 2~3주 뒤부터 물방울 모양의 건선이 전신에 발생할 수 있다. 성인의 경우 목감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어 갑자기 물방울형으로 바뀐다면 전문의로부터 감염여부를 확인 받는 게 좋다. 만약 예전에 건선을 갖고 있지 않았던 사람은 대부분 치료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호전되지만 원래 증상이 있던 사람은 병원을 방문해 빨리 치료받는 게 바람직하다.

건선은 대표적인 난치성 피부질환으로 먼저 생성된 각질세포가 완전히 탈락하지도 않은 채 계속해서 각질세포가 생기면서 피부에 붉고 두껍게 반점이 나타나며 진물이 흐르는 증상을 보인다. 정상적인 피부는 각질세포가 28일마다 교체되지만 건선 환자는 고작 4~5일에 불과하다.

처음에는 피부에 좁쌀 같은 붉은색을 띠는 발진이 생기는데 그 위에 하얀 피부 각질세포가 덮인다. 발진의 크기가 점점 커지면 동전 정도로 커지기도 하고, 심할 경우 손바닥 만하게 덮이기도 한다.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신체 면역학적 이상에 의해 발생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전 세계 건선 유병률은 약 3%다. 하지만 국내의 건선 유병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조사한 결과 1960년대에는 2.6% 수준이던 건선 유병률이 1970년 3.8%, 1980년대 4.7%, 1990년대 8.3%에 이어 2000년대 들어서는 9.5%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편도선염에 걸렸다 나은 후 건선 증상이 나타날 경우 대체로 피부과를 찾아 연고를 처방받는다. 건선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약물인 스테로이드 제제는 면역과민성 때문에 각질세포의 분열이 활발해지는 것을 억제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사용할 경우 피부위축, 모세혈관 확장, 자반증, 여드름, 딸기코, 피부감염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건선을 오랫동안 앓아온 사람들은 매번 가는 피부과 치료에 신물이 난다. 독한 약을 먹는 것도 괴롭고, 그렇다고 효과가 지속되는 것도 아니어서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부담스럽다. 그 대안으로 찾는 게 한방치료다.

건선을 치료하는 한의학적인 키워드는 ‘면역기능의 조화로운 복원’이다. 난치성 피부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조월태 단한의원 원장은 “건선은 면역반응이 과민하거나 또는 균형이 깨지고, 해독기능이 저하돼 세포에 독이 쌓이고 피부저항력이 약화될 때 생긴다”며 “한약으로 생명현상의 근간이 되는 음양,한열,허실, 정기신혈(精氣神血) 등의 균형을 잡으면 자연치유력이 회복돼 피부세포의 적정한 재생을 촉진하게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초기 대응으로 연고를 쓰는 것은 부적절하며, 오히려 병의 씨앗을 키우는 꼴이 된다는 게 그의 견해다.

조 원장은 맥문동, 감국, 목단피, 숙지황 등 면역력의 균형을 잡아주는 10여종의 한약재를 이용해 탕약을 처방한다. 단한의원의 경우 탕약 복용 외에는 일절 다른 치료를 하지 않는다. 다만 건선 치유 과정에서 발의 외피가 떨어져나갈 경우 감염방지를 위해 한방 외용연고를 선택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조 원장은 1980년대 중반부터 20여년간 1만5000명에게 이들 약재를 투여한 결과 전체 환자의 80%가 완치됐고 98%가 증상이 호전되는 등 치료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나머지 2% 가량의 환자는 식물성 생약재 향기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환자로 호전이 없었다. 전체 환자의 약 60%는 4~6개월간의 투여로 완치됐으나 3%가량은 난치성이어서 1년이 넘는 치료기간이 필요했다.

조월태 원장은 “한약치료를 하면 환부 중앙에서 가장자리로 서서히 정상적인 살이 차오르는 변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며 “치료 초기에는 피부가 하얗게 변해 마치 건선이 더 악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건선이 죽어 낙엽처럼 지는 것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고 흰 인설 밑에 연하게 붉은 기가 도는 새로운 세포가 돋아나와 대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약을 통한 치료과정은 스테로이드나 자외선을 이용한 치료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라며 “양방치료를 오래 받은 사람일수록 치료기간이 길어지긴 하지만 치료되는 메커니즘은 똑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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