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주가 가입시점 보다 높으면 수익… 지수 하락때 반등 노리고 투자해 볼만
● 시니어론
채권 금리 변동 시기에 유리한 상품… 금리 오르면 오히려 이익 커져
● 로우볼 ETF·인덱스펀드
변동성 낮은 종목 골라 장기 투자… 수익률 양호… 운용사 잇달아 출시
변덕이 심한 장마철 날씨만큼이나 시장 상황이 짓궂다.
전 세계 자산시장에 큰 충격을 몰고 온 미국의 양적완화(경기부양을 위해 자산 매입이나 기준금리 인하 등을 통해 시장에 인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 축소 계획과 중국 경제 침체라는 커다란 악재가 동시에 시장에 전해지면서 전 세계 금융 시장이 방향 설정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각국 증시는 전체적으로 하락하는 추세 속에서 갈피를 못 잡는 모양새다. 또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채권 가격은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눈길을 돌려 다른 곳을 둘러봐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가 어려운 국면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언제 소나기가 쏟아질지 모르는 장마철에는 집 안에 틀어박혀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일까. 아니면 비를 맞아 옷이 젖을 위험이 있더라도 용감하게 밖으로 나가야 할까. 정답은 없다. 이는 투자자들이 스스로 얼마만큼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느냐에 달린 문제다.
다만 전문가들은 시장 상황이 어렵더라도 투자를 전혀 하지 않는 것 보다는 기대수익률을 다소 낮추고 위험이 낮은 안정적인 상품에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다.
조금만 발품을 팔면 분명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안은 찾을 수 있다. 지금 당장은 힘들더라도 주가 급락ㆍ금리 상승ㆍ변동성에 갇힌 지수 등 현재 시장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해 장마철이 지나고 다시 뜨거운 계절이 오기 전까지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는 투자처를 찾아보다.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고, 채권 시장마저 비슷한 상황이라 금융시장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데도 투자하지 않고 마냥 손을 놓고 기다리는 것도 마음이 편치 못하다. 저성장ㆍ저금리 시대에 당장 늘어나는 생활비와 길어진 기대수명 등을 고려하면 결국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현명하게 투자해서 수익을 노릴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업계 전문가들도 현재 시장이 분명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주가 하락 시기에 이익을 볼 수 있는 상품 ▦금리 변동 시기에 강한 상품 ▦변동성에 강한 종목들로 구성된 상품 등에 관심을 가져 볼만 하다고 조언했다.
◇ELD 상품등 주가 급락기 겨냥해 넣어볼만=현재 코스피지수는 미국발 양적완화 축소 충격과 중국 경기 부진으로 1,800선으로 떨어졌고, 향후 추가 하락 가능성마저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하반기로 갈수록 코스피지수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씨티그룹ㆍ골드만삭스도 최근 하반기 한국 증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7일 "한국 증시는 금리 상승 변수보다는 전 세계 경기 회복이 더 중요하다"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 회복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한국 증시가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연내 한국 코스피지수가 2,200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최근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황을 고려해 상품투자에 나서는 것도 고려해볼만한 시점이라는 지적도 많다.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대표적인 상품은 '주가지수연동예금(ELD)'이다. ELD는 기본적으로 만기 시점의 주가가 가입 시점보다 높아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지금처럼 지수가 크게 하락한 시점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 상품은 원금을 보장할 뿐 아니라 최저보장금리 1.5~1.67%까지 더해져서 기초자산 변동에 비례해 추가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기초자산 가격 변동을 어느 정도 예측한다면 '정기예금+알파'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외환은행에서 판매하고 있는 '주가지수연동형 베스트 초이스 정기예금', 신한은행의 '세이프지수연동예금', 하나은행의 '지수플러스정기예금' 등이 대표 상품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이들 세 상품에는 1조 4,000억원 가량의 자금이 몰려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시니어론 등 채권금리 변동기에 부각=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조기 출구전략 발언으로 현재 전 세계 시장은 금리 변곡점 상황에 처해 있다. 지금까지는 각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정책금리를 인하했지만, 미국 FRB가 향후 정책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고, 시장금리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기존과 달라진 금리 환경을 고려한 투자 전략이 요구되면서, 변동금리형 대출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은 '시니어론'이다. 시니어론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가 버거킹ㆍ크라이슬러 등과 같은 투자등급 'BBB-'이하의 기업에 담보를 받고 자금을 빌려주는 변동금리 대출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일반적으로 최근과 같이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는 채권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는다. 기존 회사채나 하이일드채권 등 대부분 채권은 고정금리라는 점에서 시장금리가 상승할 경우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니어론은 변동금리이기 때문에 향후 시장금리가 오르면 오히려 수익이 커진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20일부터 'KTB선순위담보부채권(시니어론)펀드'를 사모형태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상품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PowerShares Senior Loan Portfolio ETF'와 'GSO Senior Loan ETF'에 분산 투자하며 환헤지를 통한 환리스크도 최소화한다. 최소 가입금액은 5,000만원이다. KDB대우증권도 'ING미국시니어론목표전환펀드'등 3개 운용사의 시니어론 펀드를 판매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 상품은 판매 2주 만에 약 3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KDB대우증권은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2개의 펀드를 추가 설정할 예정이다.
◇변동성이 낮은 종목을 추종하는 상품도 관심=지수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변동성이 낮은 종목들을 추종하는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현명한 전략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0일 저변동성 종목에 투자하는 ETF인 'TIGER 로우볼'을 거래소에 상장했다. 이 상품은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서 산출하는 '로우볼(low volatility)지수'를 추종한다. 로우볼지수는 코스피200종목 중 변동성이 낮은 40개 종목을 추려내 만든 지수다. 이 상품은 저변동성 종목들의 장기 수익률이 시장 수익률을 웃도는 점에 착안해 장기적으로 저변동성 종목에 투자해 시장수익률을 상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01년부터 지난 5월까지 로우볼지수의 수익률은 22.3%로 코스피200(12.3%) 대비 연평균 10.0%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동안 로우볼지수의 변동성도 17.5%로 코스피200(26.2%) 대비 8.7%포인트 낮았다.
최근 에프앤가이드 로우볼지수는 SK텔레콤ㆍ한샘ㆍ한국쉘석유ㆍLG유플러스ㆍ오뚜기ㆍCJ CGV 등을 편입하고 있다. 이들 종목의 최근 1년 수익률은 70~130% 대다.
이에 앞서 흥국자산운용도 지난 4일 국내 거래소 종목 중 변동성이 낮은 주식에 투자하는 '흥국 흔들리지 않는 K-로우볼 인덱스 펀드'를 출시했다. 이 펀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달 14일 선보인 'S&P 한국 저변동성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다.
저변동성 지수는 거래소 종목 중 1년간 변동성이 낮은 50개 주식으로 구성되며, 한미약품ㆍ지역난방공사ㆍ메리츠증권ㆍ삼성생명ㆍCJCGVㆍ CJㆍ삼천리ㆍKTㆍ맥쿼리인프라 등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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