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우리 해군은 작전명 '아덴만의 여명'으로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를 구출하고 해적들을 잡아 재판에 회부했다. 지금까지 먼 나라 이야기로만 여겨왔던 소말리아 해적 문제가 한국 사회에도 큰 충격을 준 것이다. 소말리아 해적이 출몰하는 아덴만 지역은 막대한 양의 석유와 천연 가스가 매장돼 있어 전세계 해상 운송의 80%가 지나가고 있다. 해적들은 AK-47 소총과 로켓 추진식 유탄 발사기로 무장한 채 돈이 될 만하면 유조선이나 화물선, 심지어 여객선까지 가리지 않고 납치해 몸값을 요구한다. 왜 소말리아 어부들은 그물 대신 총을 들고, 물고기 대신 사람을 잡기 시작했을까. 아프리카 및 오지 전문 취재 기자 출신인 저자는 소말리아 안팎을 누비며 소말리아 해적과 해적에 납치된 선원, 해적에 돈을 대주는 후원자, 해적 퇴치 활동을 벌이는 해군, 해적 문제 협상가 등 관계자들을 직접 취재했다. 해적에 납치된 선원들을 돕는 단체인 동아프리카선원지원프로그램인 '음왕구라'는 소말리아 어부들이 가난 때문에 해적이 됐다고 증언한다. 가난의 원인은 소말리아 해역에서의 불법 어업, 유독성 폐기물 투기, 그리고 내전과 가뭄이다. 소말리아인들은 오랜 내전과 가뭄으로 극심한 가난과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1년 내내 불볕 더위가 계속되며 땅은 모래와 자갈투성이라 농사가 불가능하다. 특히 위기 상황을 해결해야 할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가 보다 근본적인 문제다. 현재 소말리아는 북부의 소말릴란드와 동부의 푼틀란드, 그리고 명목상 과도연방정부가 통치하는 남부로 분리돼 있다. 이 가운데 그나마 안정적인 통치가 이뤄지는 소말릴란드를 제외하고 제대로 된 정부가 없는 상황이다. 원래 외국 어선의 불법 어업을 막기 위한 생존권 수호 차원에서 만들어진 해적 행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적이고 치밀한 사업으로 발전했다. 자본가들이 보트와 연료, 무기와 탄약 등을 제공하면서 해적을 고용해 나중에 몸값에서 제 몫을 챙기는 구조다. 저자는 소말리아 해적 문제는 몸값 지불이나 물리적 압박 같은 단기적 처방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나마 제 기능을 하고 있는 유일한 정부인 소말릴란드 정부를 지원하는 한편 해안 경비대를 증강시키고 국제 금융업계를 동참시켜 돈세탁과 송금을 차단하는 것이 그 첫 단계다. 더 나아가 근본적인 원인인 만연한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국제 사회의 지속적인 노력 속에 소말리아의 사회와 경제를 재건해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1만 6,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