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조선과 자동차·전자 등 한국경제 주력업종들의 위기가 깊어지면서 이들 업종 대표주자들도 깊고 넓은 늪에 빠져들고 있어서다.
그 위기를 더 증폭시키는 것은 대기업 편중이다. 글로벌 강자들로 성장한 일부 대기업들에 우리 경제가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된 원인이야 다양할 터. 하지만 그 핵심은 패러다임 차원의 고비라 할 수 있다.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왔던 '불균형(不均衡)성장론'이 이제 그 역할을 다한 것처럼 보여서다. '낙수(落水)효과'는 틀리지 않았다. 반면 그늘도 컸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 성장 격차는 점점 커졌고 그 결과 이젠 불균형 상태가 저절로 해소되기는 어려울 정도로 구조화됐다. 중국 등 신흥국들까지 글로벌 저성장 기조에 휩싸이면서 해법을 찾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성공의 경험도 있다. 삼성전자는 1969년 설립돼 40여년 만에 글로법 선두기업에 올랐다. 1967년 말 설립된 현대자동차도 마찬가지. 이들은 결국 해냈다. 오너 혼자서 한 것만도 아니었다. 임직원들과 우리 소비자들이, 대한민국 정부가, 금융이, 하청업체들이 한뜻으로 밀지 않았던가.
하지만 앞으로도 이들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 중견기업들이 이들처럼 성장할 수만 있다면 한국 경제는 다시 한 번의 멋들어진 기적을 이뤄낼 수 있다. 이들에게서 제2, 제3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잇따라 나올 테니 말이다. 국가적 역량이 모아진다면 삼성전자가 현대자동차가 40년 걸린 일을 이들은 5년, 10년 만에 도달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 기업 수의 0.12%(3,800여개)에 불과한 중견기업들이 1.0%(3만여개)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 자체로 이미 한국경제는 강력한 펀더멘털을 갖게 될 테고 우리 청년들은 취업난이나 실업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실력과 패기 있는 우리 젊은이들이 그 대열의 선두에 서서 자신의 미래도, 한국경제의 미래도 능히 헤쳐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