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러시대학교 알츠하이머센터의 로버트 윌슨 박사 등은 31일(현지시간) 의학저널 ‘신경학’에 외로움과 우울증은 노인들의 치매 발생을 높인다는 논문을 실었다.
윌슨 박사팀은 77살 이상 남녀 노인 1,764명을 대상으로 약 8년에 걸쳐 외로움과 우울증이 경도인지장애(MCI: mild cognitive impairment) 등 기억·인지력 장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경도인지장애란 기억력 등 인지기능이 떨어진 것을 본인도, 주변 사람들도 모두 인정하지만 일상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지금까지는 경도인지장애 등에 걸리면 다른 사람에 비해 치매가 발생할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번 연구는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8년간 분석이 진행되는 동안 조사 대상 노인 가운데 680명이 사망했으며 연구진은 사망자 가운데 582명에 대해서 뇌에 어떤 이상이나 변화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실시했다.조사 대상 노인들은 모두 분석 시작 단계에서는 아무런 기억·인지력 장애가 없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노인 가운데 922명(52%)이 경도인지장애로 판정됐고 특히 이 가운데 315명(18%)은 치매로 진전됐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모두 경도인지장애나 치매 증상을 보이기 전에 높은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결국 외로움이나 우울증 증세가 경도인지장애 등 인지·기억력 장애로 이어지고 이후 치매로 발전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치매 증세가 우울증을 유발하지는 않는다고 연구진을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67초마다 한 사람씩 치매의 일종인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며, 65살에 다다른 여성 6명 가운데 1명은 인지·기억 관련 장애를 호소한다는 통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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