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지난달 31일 기준금리를 9.5%로 '깜짝' 인상한 것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적 금수조치에 직면한 루블화의 지속적인 약세를 멈추기 위한 시도"라고 분석했다. 씨티그룹의 러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이반 차카로프는 "(루블화) 가치급락이 이미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며 "가계가 (루블화) 예금을 빼내거나 환전에 나서면서 외환시장에 혼란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현지에서는 이미 거리마다 달러화로 갈아타라는 광고가 즐비하며 현지인들이 루블화 예금을 환전하기 시작했다고 FT는 전했다. 루블화 가치는 올해 들어 달러화 대비 23% 하락한 상태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화 투매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달 초부터 200억달러 이상을 외환시장에 투입한 데 이어 31일 기준금리를 시장 예상치보다 1%포인트나 높게 인상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루블화 가치는 이날 금리인상 발표 후 2분 동안 '반짝' 상승했다가 급락세로 돌아서 지난 2011년 8월 이후 최대 낙폭(3.3%)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FT는 환율방어를 위한 금리인상이 당장은 수입가격을 낮춰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러시아 경제에 더 큰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유가 하락으로 러시아가 내년부터 경기침체(2분기 이상 연속 경제성장률 추락)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금리까지 오르면 경제성장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국영 에너지 기업인 로스네프트는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조 루블(약 470억달러) 규모의 비상기금 지원을 정부에 요청했을 정도로 유가 하락의 타격을 받고 있다.
러시아 소재 ING그룹의 드미트리 폴레보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금리 인상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라며 "중앙은행은 문제의 근원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행동하기를 두려워한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