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죄 요구 발언이 만만찮은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일본은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방침이며 한일 통화 스와프(교환) 규모 축소 등을 거론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적절했다고 본다. 국제분쟁지역화를 자초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대통령의 방문은 실효지배를 한층 명확히 한 사례로 국제법적 효력을 지니도록 대처하면 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강창희 의장 등 국회의장단과 오찬을 하며 "독도 방문을 3년 전부터 준비했다"면서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했다. 다분히 함축적인 발언이다. 인접국과의 과거사 문제에서 반성을 모르는 일본 정치,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의 무기력이 이명박식 '쇼크 처방'의 배경이 됐다는 얘기다.
일본, 갈등 때마다 "부품 끊겠다" 위협
한일 간에 독도 문제는 외형적으로는 역사와 외교의 문제였지만 내용적으로는 경제 문제였다. 아직도 그렇기는 하지만 한국 경제가 일본에 절대적으로 예속돼 있던 시절 일본 정부는 한국과의 갈등이 고조되면 우리와 거래하는 자국 기업에 투자나 기술 지원, 부품 공급을 끊도록 압박했다. 그 같은 압력은 독도ㆍ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긴장 수위가 높아질수록 심해졌다.
수출로 먹고살아야 하는 한국 정부와 기업에 일본의 관민합동 공격은 견디기 어려운 압력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의 강경대응 시도는 외교ㆍ경제부처 외에 기업들이 만류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독도 문제로 국민적 분노가 끓어오를 때도 외교적 해결, 국제분쟁지역화 회피 논리를 내세워 쉽게 끓었다 쉽게 식는 '냄비 대응'을 되풀이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 일본 눈치를 본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왔다.
한일 간의 무역역조는 2010년 361억달러로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지난해 285억달러로 29% 감소했고 올해 좀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심각하다. 다만 올 1ㆍ4분기 부품소재의 대일 무역적자가 55억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7.2% 줄었다는 점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대일 무역적자는 일본 경제 침체와 맞물려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부품소재의 국산화율이 높아지고 도입선 다변화, 대일 수출 증가세 때문이다.
일본 경제에서 한국시장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무역대국 일본은 지난해 31년 만에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적자행진 중이다. 우리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흑자를 내지만 일본은 적자다. 한중일 3각 분업적, 상호의존적 교역관계로 인해 우리의 대일 정책은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일본은 한국과의 무역을 통해 엄청난 흑자를 내고 있어 한국 경제가 어려워지면 일본 경제는 더욱 힘들어진다. 일본이 과거 식으로 나오면 스스로에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대결 장기화 땐 양국 경제에 주름살
역대 대통령 중 김영삼 대통령은 대일 정책에서 강경한 편이었다. 재임 중 총독부 건물을 헐었고 "버르장머리를 고친다"는 등 일본을 자극하는 발언들이 많았다. 그래서 김 대통령의 임기 말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을 때 일본은 비협조적으로 나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들어가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의 언행은 보기에 따라서는 김 대통령보다 더 자극적이다. 일본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져 있지만 여전히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대국이고 협력 파트너다. 독도 대결이 악화되고 장기화하지 않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 점에서 "독도 방문과 외교는 별개"라는 청와대의 인식은 바람직하다. 일본도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자국의 정치와 경제를 쇄신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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