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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주름 치마 안에 덧입은 헐렁한 체육복, 헬멧을 눌러쓴 이들이 제자리에서 서로 엇갈리게 뛰어오른다. 마치 '두더지 게임'을 연상시키는 이 동작은 신인 걸 그룹 '크레용팝'의 '직렬 5기통춤'이다. 5명이 일렬로 서서 손을 아래로 쭉쭉 뻗으며 튀어 오르는 동작은 유치하지만 한번쯤 따라 하고픈 마음을 갖게 한다. 여타 걸 그룹들이 몸매 노출과 선정적 춤으로 경쟁하는 이 시대에 5인조 신예 걸 그룹 크레용팝은 헬멧을 쓰고 학예회 율동 같은 동작을 선보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이들이 처음부터 주목을 받은 건 아니다. 지난 6월 발표한 크레용팝의 '빠빠빠'는 금새 음원 차트 100위 밖으로 사라졌다. 그러다 '독특하고 재미있다'는 입 소문이 SNS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다시금 음원 사이트 순위가 무섭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지난 2일에는 멜론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했고, 현재도 각종 음원 사이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패러디도 줄을 잇고 있다. 경북지방경찰청 기동대원들이 만든 패러디 영상 '크레용 캅'은 물론 방송인 김구라와 샘 해밍턴이 안무를 따라 한 영상은 온라인에서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다르고 별(別)나야'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되는 시대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걸 그룹, 포화 상태에 다다른 시장에서 섹시(sexy)·청순함 등 평범하고 식상한 매력보다 개성과 독창성으로 똘똘 뭉친 걸 그룹들이 올 여름 대세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현재 '크레용팝'과 더불어 음원 차트 상위권에서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는 에프엑스(f(x))역시 실험적 음악으로 그들만의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걸 그룹 중 하나다. 2010년 데뷔 이후 '라차타', '누 예삐오(NU ABO)', '일렉트릭 쇼크' 등의 곡을 선보였는데, 독특한 문법의 노랫말로 신선한 매력을 안겼다는 평가다. 최근 발매한 정규2집 앨범의 타이틀 곡 '첫 사랑니(Rum Pum Pum Pum)'역시 뒤늦게 찾아온 진짜 첫 사랑을 사랑니에 빗대어 표현한 독특한 가사가 인상적이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강남스타일의 '말춤'처럼 대중이 따라 하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자극하는 순간 그 음악은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질 수 있다"며 "음악의 소비 패턴과 트렌드 주기가 빠른 요즘 가요 시장에서는 음악 그 자체가 지닌 힘 못지 않게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독특한 안무나 선명한 차별성을 지니는 실험적 가사나 멜로디를 가져야만 주목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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