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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기를 접해본 적도 없는 외국인들이 열정적으로 박수를 치고 몸을 흔드는 것을 보고 너무 감격스럽고 기뻤어요. 국악이라는 선입견이 줄 수 있는 무게감을 덜어내는 대신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겠습니다."
12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북미 최대 음악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의 일환으로 마련된 'K팝 나이트 아웃' 첫 무대에 오른 국악 퓨전그룹 잠비나이의 다부진 각오다. 이날 K팝 나이트 아웃이 열린 엘리시움 공연장은 한국의 인디밴드를 찾아온 700여명의 관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세계적인 음악축제라는 명성에 맞게 미국은 물론 유럽과 남미 등지에서 2,200여개 팀이 참가했지만 유료 관객 700여명이 한국의 인디밴드를 선택했다는 사실에서 K팝의 위상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01학번 동기생인 이일우(기타·피리), 김보미(해금·트라이앵글), 심은용(거문고·정주)으로 구성된 잠비나이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대 규모 월드뮤직마켓인 영국 워맥스에 공식 초청을 받는 등 유럽과 남미 등에서 유명하다. 이번에는 북미시장의 대표적인 음악 페스티벌인 SXSW에 초청을 받아 여섯 번이나 무대에 오른다. 이 가운데 공식 쇼케이스는 세 번인데 보통 한 팀에 한 번의 공연기회가 주어지는 SXSW 관례에 비춰볼 때 매우 파격적인 대우다.
이일우씨는 "국악기가 매우 정적이고 동양적인 악기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에 이번 미국 공연에서는 뜨겁게 달리는 느낌의 메탈 곡들을 위주로 선곡했는데 다행히 관객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여줘 연주하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김보미씨는 "지난해 말 영국 워맥스에서 만난 유럽 관객들도 매우 반응이 좋았지만 미국 공연은 그때보다 훨씬 열정적이고 즉각적인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잠비나이의 음악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세계적인 록밴드 'U2'와 '롤링스톤스' 등을 프로듀싱했던 음악 프로듀서 스티브 릴리화이트는 "(잠비나이는) 트렌드를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트렌드를 만들어 주도하는 밴드"라고 극찬했다.
잠비나이 멤버들은 이런 평가에 대해 순수하게 음악의 즐거움을 추구해온 결과라고 말한다. "퓨전음악이라고 하면 난해한 곡을 연주하거나 동양적인 것만 고집한다는 인상을 주는데 저희는 이런 무게감을 털어내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 음악은 더 많은 사람이 즐겨야 음악으로서 가치가 있으니까요."
올해 잠비나이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욱 바쁠 것 같다. 오는 4월 초 중국의 뮤직마켓인 '사운드 오브 더 시티(Sound of the Xity)'를 통해 아시아시장에 본격 진출하며 이후 북유럽 최대 록페스티벌인 덴마크의 '로스킬데 페스티벌', 슬로바키아 최대 음악축제 '포호다 뮤직 페스티벌' 등에 참여한다. 특히 잠비나이의 음악적 잠재력을 높이 산 네이버는 '네이버 뮤직 초이스'라는 이름으로 후원에 나서 SXSW 참가경비 일체 및 홍보 프로모션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한편 이날 K팝 나이트 아웃에는 잠비나이를 비롯해 넬·크라잉넛·이디오테잎·박재범·현아 등 7개 팀이 참가해 새벽까지 공연장을 뜨겁게 달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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