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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파 화풍의 발달과 가장 밀접한 장프랑수아 밀레의 작품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이 그림이다. 양치는 소녀가 그늘 아래서 실패로 실잣기를 하다가 잠시 휴식에 빠져들었다. 그의 하얀색 앞치마 주변으로 떨어진 햇빛의 묘사는 봄날의 따사로움을 야외에서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탄할 만하다. 나뭇잎 사이를 통과한 이 같은 '빛 그림자'의 표현은 곧이어 급부상하게 될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깊은 감명을 줬다. 예를 들면 카미유 피사로가 그린 '칠면조를 돌보는 소녀'에서 뚜렷한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이 그림은 그늘에 앉아 있어 어둑하고 흐릿하게 보였을 소녀의 얼굴을 밀레 특유의 섬세함으로 보여주고 있다. 소녀의 금색 머리카락 가닥들과 빨간 모자, 분홍색 뺨, 작은 코가 인물의 소박함을 보여준다. 외양을 정밀하게 묘사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밀레는 인물의 세부를 친밀감 있게 묘사하는 데 탁월했다. 완성도 높은 밀레의 후기 작품들 중에서도 이 정도로 인물을 가깝게 느끼게 만드는 그림은 찾아보기 어렵다.
※'밀레, 모더니즘의 탄생(Millet, Barbizon & Fontainebleau)'전은 오는 5월10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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