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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부터 공공기관 취직을 준비하고 있는 최모(33)씨는 얼마 전 한 취업 커뮤니티사이트에 올라온 고졸 신입사원의 글을 보고 화가 치밀었다. "한 공공기관에 고졸 채용전형으로 붙었는데 이렇게 합격이 쉬운 줄 알았으면 다른 곳도 써볼 걸 그랬다. 취업이 이렇게 쉬운데 왜들 공공기관 취업이 어렵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글이었다.
1년 6개월 동안 높은 취업 문턱에 번번이 좌절했던 최씨에게 취업이 쉬웠다는 얘기는 자신을 우롱하는 얘기처럼 들렸다. 최씨가 무엇보다 화가 났던 건 낙방 자체보다 지원서를 내기도 전에 차별을 당하는 현실이었다. 올 들어 고졸이나 지방대 출신 구직자의 채용 특혜가 늘어나면서 고졸도 지방대 출신도 아닌 최씨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난 4월 공공기관 정원의 3%를 만29세 이하 청년으로 뽑아야 한다는 법안이 통과했다는 뉴스는 또 한 번 충격이었다.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인원이 보통 정원의 4~5%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공공기관 취업을 접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그는 "적지 않은 나이에 취업을 준비하는 것도 힘든데 각종 채용 특혜에 차별까지 당하니 참담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최근 잇따라 쏟아지는 공무원ㆍ공공기관 채용 특혜에 일반 구직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고졸ㆍ지방대ㆍ청년까지 특정 계층에 주는 특혜가 무분별하게 확대되다 보니 일반 구직자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만 29세 이하 청년의 공공기관 채용을 의무화한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안이다. 취업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30대 구직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반발이 즉각 터져 나왔다. 이에 정부는 부랴부랴 의무채용 대상을 만 34세까지로 늘렸다.
하지만 나이에 따른 차별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5년째 공공기관의 취업문을 두드리고 있는 김모(36)씨는 "나처럼 34세가 넘는 구직자는 여전히 차별당하는 게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나이가 아니라도 차별의 여지는 있다. 특별법은 청년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직장을 다니면서 공공기관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은 만 34세 이하라도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졸과 지방대 출신들에 대한 혜택도 논란거리다. 정부가 공공기관에 이들 계층을 20~30% 이상 뽑도록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공공기관의 경우 지난해 신입 사원의 40%를 고졸 전형으로 뽑기도 했다. 정부 권고 수준인 20%를 훌쩍 넘는 수치다.
지난 5월에는 지방대 출신을 아예 의무적으로 채용하도록 하는 '지방대 채용 할당제'가 발표되기도 했다.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이 통과되면 공무원 5급은 20%, 7급은 30%를 지방대 출신으로 채워야 한다.
취업준비생 김모(30)씨는 "가고 싶은 공공기관이 있었는데 대졸은 아예 뽑지 않아서 지원조차 못했다"며 "없는 형편에 학자금 대출 받아가며 대학 간 것이 무슨 죄냐"고 말했다.
시험 과목을 둘러싼 실랑이도 일고 있다. 올해부터 9급 공무원 시험의 선택과목에 고교 과목인 사회ㆍ수학ㆍ과학이 추가됐다. 고교 졸업생의 취업 기회를 늘려주겠다는 취지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 김모(24)씨는 "고졸 출신을 배려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사회ㆍ수학ㆍ과학이 실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최근 쏟아지는 공무원 채용 특혜를 보면 정치권이나 정부가 도대체 생각을 하고 정책을 내는 건지 의심스럽다"고 날을 세웠다.
여기에 한동안 잠잠했던 군 가산점제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군 가산점제는 군 복무를 마친 남성에게 공무원 시험을 볼 때 가산점을 주는 제도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대 교수는 "특정 계층에게 채용 혜택을 주는 정책은 차별 우려가 크기 때문에 정말 불가피할 때 한시적으로 써야 한다"며 "지금처럼 채용 혜택을 남발했다가는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의 취업난은 학력 인플레이션, 인력 미스매치,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 등 구조적인 이유 때문"이라며 "정치권과 정부가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는 데 힘을 쏟기보다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데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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