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는 처음으로 국립 하노이외국어대에 한국어과 대학원 과정을 만들 거예요. 또 평생교육원처럼 일반인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도 제공할 계획입니다. 지상파 방송에서는 한국어 강의를 하고 현지 한국 대사관ㆍ영사관ㆍ문화관과 함께 한국어 웅변대회나 문화행사도 활발히 하고 있어요. 이미 한국어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서울에서 열린 '제5회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 마지막 날인 11일 쩐티흐엉(34ㆍ사진) 베트남 하노이 제2 세종학당장을 만났다. 그는 전세계 51개국 117곳의 세종학당 중 첫 현지인 학당장이다.
그와 한국어의 인연은 이미 15년째. 한국 드라마나 노래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대학에서 한국어과를 선택할 만큼 한국에 대한 관심은 없었다. 하지만 대학에 원서를 넣을 즈음 동네 친구가 한국어를 열심히 해 한국 대기업에 취업했다. 반신반의하면서도 부모님 몰래 그해 국립 하노이외국어대에 처음 생긴 한국어과에 지원했다. 덜컥 합격했다. 졸업 후에도 다들 한국 업체에 취업하거나 사업을 시작했지만 학교에 남았고 한국으로 유학까지 다녀왔다. 그리고 한국어과 정교수가 되고 지난해에는 정식 한국어한국문화학부가 개설되면서 학부장을 맡았다. 이제는 세계에 한국어와 문화를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는 세종학당의 베트남 두 번째 학당 책임자가 됐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갈수록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그만큼 한국어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삼성이 하노이 북부 2곳에 공장을 세우는 등 대기업 중심으로 진출해 있고 투자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베트남에는 정부에서 연구센터 등 15개 한국어 유관 기관을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만 전국 대학에서 3,500명의 한국어과 졸업생을 배출했다. 사설 어학원도 셀 수 없이 많다. 15년 전 그가 입학할 때만 해도 하노이외국어대 30명을 포함해 전국에 한국어과 학생은 100명 남짓이었다. 15년 새 한국어 전공자 수가 120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하노이 제2 세종학당은 국립 하노이외국어대 교내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어과 교수들이 직접 강의하고 한국 정부와의 교류가 활발해 인턴학생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베트남에서 한국어를 배운 후 보통 현지 한국 업체에 취업하거나 산업인력공단을 통해 한국으로 취업합니다. 세종학당에서 배운 학생들은 100% 취업에 성공했고 오히려 기업들의 채용조건을 따져가며 취업할 정도예요. 한국으로 근로인력을 송출하는 나라 중 베트남의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한국 취업을 위해 한국어시험을 보는데 연간 2,000~3,000명 뽑는 시험에 보통 10배수 이상 응시할 정도예요."
그래도 세종학당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까. 쩐 학당장은 교수진 확보, 특히 한국인 교사를 구하기가 어렵고 베트남인을 위한 한국어 전용교재가 없는 점도 아쉽다고 토로했다. "솔직히 대학 학부장인 제 월급도 200달러 정도라 한국인 강사를 끌어오기 어려워요. 그나마 예전에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봉사인력들을 보내줬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시피 해요. 한국에서 한국인 강사를 직접 파견해주거나 체제비 보조를 해주면 더 힘이 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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