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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용 대물림이 사회정의에 반한다는 판결

대를 이어 채용을 보장한 고용세습 단체협약은 무효라는 울산지법 제3민사부의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시대착오적인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던 일자리 대물림에 대해 처음으로 제동을 건 사법부의 판단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문제의 고용세습 단체협약은 지난 2009년 체결된 것으로 조합원이 업무상 사망했거나 6급 이상의 장해로 퇴직할 경우 직계가족 또는 배우자 가운데 1인을 6개월 내에 특별 채용하도록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번 판결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번째는 근로자를 채용하는 인사권은 경영권의 일환으로 사측의 고유권한임을 재확인했다는 점이다. 법원은 "기업경영과 인사에 관한 사항은 원칙적으로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당연하고도 상식적인 판단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두번째는 아무리 노사합의에 의한 약정일지라도 고용세습은 사회정의와 사회통념에 위배돼 법률적 정당성이 없다고 적시했다는 점이다. 이번 판결이 특히 주목되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재판부는 문제의 단협이 무효라는 근거를 노동관련법이 아닌 민법으로 삼았다. 재판부는 "단협 96조는 민법이 규정한 선량한 풍속과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약정"이라며 "누군가가 가질 수 있었던 한평생의 안정된 노동기회를 그들만의 합의로 분배해주는 것은 우리 사회가 동의할 수 있는 질서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 유족에 대한 보상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민법으로 해야 할 사안이며 고용승계까지 보장하는 것은 사회적 용인범위를 벗어났다는 취지다. 사회적 최대 이슈인 고용 문제를 노동관련법의 자구에 얽매이지 않고 기회균형이라는 측면에서 폭넓게 해석한 법원의 전향적 판단은 의미가 자못 크다.



앞으로 상급심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쉽사리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청년백수가 넘쳐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노조의 지나친 기득권 행사는 자제돼야 마땅하다. 임금이나 복지 처우가 어지간한 대기업 사무직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할 게 없는 현대차 노조가 아닌가. 현대차 노조는 더불어 사는 상생의 원리를 주문한 법원의 판결을 되새겨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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