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는 인류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꿈을 새긴 역사적 기록입니다. 그동안 학제간 융합연구의 소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는 고지도를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일반 시민들에게 이번 강의는 도전정신과 역사의식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내년 1월 강동도서관(8일부터)과 송파도서관(16일부터)에서 ‘고지도에 숨은 인문학적 매력’이라는 주제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맡은 김혜정(사진) 혜정박물관장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고지도의 세계로 시민들을 초대할 예정이다.
40여년간 5만점이 넘는 고서와 3,000여점의 고지도를 수집해 경희대에 기증한 김 관장은 지난 2011년 삼성생명 비추미여성대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국의 대영박물관에 소장된 고지도는 300여점, 미 남가주대는 140여점 등 고지도 분야 최고의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고지도를 뛰어넘을 정도로 규모나 내용면에서 세계 최대 라는 게 김 관장의 설명이다. 소장된 자료 중에는 1200년전 가죽에 그린 잉카지도, 1595년 벨기에에서 제작된 일본열도, 한반도의 형태가 정확하게 그려진 1655년 중국지도첩 등은 세계적으로도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박물관에 소장된 지도 중 18세기 후반 제작된 경기도ㆍ강원도ㆍ함경남도ㆍ함경북도 지도 4점은 2008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1598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김 관장은 이번 강의에 대해 “최근 독도에 대한 일본의 터무니없는 주장에 우리가 제시할수 있는 가장 확실한 근거는 바로 고지도”라면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면 동북아지역의 평화라는 두 글자는 우리의 힘으로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주간 이어지는 이번 강의에는 15세기 당대 유럽 최고의 선두주자였던 포르투갈의 모험과정에 지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주제로 한 ‘탐험의 시작, 미지의 세계를 향하다’, 원시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지도의 변천사를 소개하는 ‘한 눈에 보이는 세계지도의 역사’, 동해가 표기된 고지도를 통해 동북아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고지도에 표기된 동해의 양상과 그 의미’ 그리고 신라에 스며든 아랍문화 고려에 스며든 몽골의 흔적 등을 신라시대 ‘처용가’, 고려시대 ‘쌍화점’ 등의 문학작품과 연결시킨 ‘아랍과 몽골의 문화, 신라와 고려에 스며들다’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강의를 함께 이끌어 갈 이정선 혜정박물관 연구교수는 “중세시대, 지도를 가진 자는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 개척했던 사람들이다. 모험을 적극적인 자세로 받아들인 포르투갈은 당대 유럽의 선두주자로 나섰지만 세계의 문을 닫았던 중국은 후발주자가 됐다”며 “지도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차이가 역사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해 이해하면서 고지도에 담긴 인문학적 의미를 찾아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의를 소개했다.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고전 인문학 강좌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이번 강좌는 2월까지 계속된다.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2개관에서 열리는 이번 고인돌 강좌는 ‘고지도에 숨은 인문학적 매력’외에도 한국고전, 한국건축, 철학, 서양고전 등을 주제로 한 풍성한 인문학 강좌가 2월까지 열리고 있다. 강의신청은 무료이며,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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