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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는 고혈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국제고혈압학회가 제정한 '세계 고혈압의 날(5월17일)'이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은 의학적으로 18세 이상의 성인에서 최고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최저혈압이 90㎜Hg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고혈압에 대한 높은 인지도만큼 질환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알려진 것은 아닌 듯하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흥분한 중년 남성들이 뒷목을 부여잡고 쓰러지면서 혈압약을 찾는 장면들이 종종 나와서인지 고혈압을 남성 질환으로 생각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고혈압은 여성들도 예외일 수는 없다.
특히 폐경기에 접어드는 중년 여성들은 고혈압 고위험군으로 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을 하는 만큼 폐경 전에는 혈압이 잘 유지되다가도 폐경 이후에는 에스트로겐이 부족해지면서 혈압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 여성의 평균 폐경 연령인 50세를 기점으로 고혈압 유병률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60대부터는 남성의 유병률을 앞지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고혈압은 뇌졸중·심근경색 등 심뇌혈관 질환 발생의 가장 강력한 위험인자로 초기부터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문제는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칭처럼 대개 뚜렷한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고 설사 몸에 이상을 느끼더라도 폐경기 증상으로 오인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데 있다. 더욱이 대다수의 중년 여성들은 남편을 비롯해 가족 건강에 신경을 쓰느라 정작 본인의 건강관리에는 소홀해 병을 키우고는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자는 인생의 제2막을 열어갈 중년 여성들에게 '모든 사람은 자신의 몸이라는 신전을 짓는 건축가이다'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남은 생애를 건강하고 활기차게 보내려면 본인의 신체 건강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평균 수명이 연장돼 여성은 인생의 3분의1 이상을 폐경 상태로 살아가므로 심혈관 질환에 노출되기 쉽고 특히 고혈압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으며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인 만큼 미리미리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혈압 예방을 위한 첫걸음은 정기적으로 본인의 혈압을 체크하는 것이다. 고혈압은 무증상이 특징이므로 혈압을 수시로 측정하는 것이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아침 기상 후나 취침 전, 하루 2회 정도 혈압을 측정하면 생활에 큰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 혈압 변동을 감지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식생활습관을 개선할 것을 권장한다. 짜게 먹는 습관이 제일 위험한데 한국인의 일일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약 12.4g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량의 2.4배이며 7~8g인 미국·영국을 비롯해 이웃 나라 일본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염장 음식이나 인스턴트 섭취를 줄이고 양념을 적게 해 가급적 싱겁게 먹을 것을 권한다. 또한 음식은 항상 골고루, 제때에 먹도록 하고 채소와 제철 과일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술은 하루에 한두 잔 이하로 줄이고 가능한 한 매일 30분 이상 걷거나 수영·줄넘기 등의 유산소운동을 해 적정 체중과 허리둘레를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만약 여러 차례 혈압을 확인해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고 높은 채로 유지된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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