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료들은 "한국의 AIIB 참가는 예상했던 일"이라고 담담한 반응을 보이면서 일본은 "참가에 신중을 기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하지만 일본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동맹국이자 아시아 인프라 사업의 경쟁국인 한국이 결단을 내린 데 대해 각계에서는 일본이 '대세'에 올라타지 못한 채 고립되는 데 대한 초조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아사히신문은 "인프라 사업에서 경합하는 한국의 이번 결정으로 일본 정부는 어려운 입장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들은 한중일 3국 관계에서 일본이 소외되는 데 대해서도 우려도 나타내고 있다. 앞서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은 "일본 기업이 경쟁에서 불리해지지 않도록 대응이 필요하다"는 재계의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이러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미국과의 공고한 관계를 과시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 등은 "(AIIB 거버넌스에 대해) 일본과 미국이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며 "(미국과) 긴밀한 연락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과 일본의 유대가 강화됨에 따라 미국과 일본이 참여하는 TPP 교섭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높아졌다. 미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2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아베 총리에게 다음달 29일 미국 상·하원에서 합동연설을 해달라고 초청했다"며 "아베 총리의 연설에는 시장개방과 자유무역을 통한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협력하는 방안들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베이너 의장의 이 같은 언급은 양국의 TPP 합의가 임박했으며 다음달 26일부터 오는 5월3일까지 아베 총리 방미 기간 중 교섭 타결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다만 아베 총리는 이 같은 관측에 대해 "방미 일정에 맞춰서 불필요한 타협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교섭은 최종 국면이지만 아직 과제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