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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러 중재안 수용… 미 군사작전 중지 가능성

"국제사회 통제 아래 화학무기 폐기시키자"<br>■ 프랑스 결의안 UN안보리 제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포기라는 러시아의 중재방안이 급부상하면서 미국의 시리아 군사개입도 중대기로에 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시리아의 화학무기를 국제사회가 통제한 뒤 나중에 폐기하자는 러시아의 제안에 대해 '잠정적'이라는 단서를 달아 "긍정적인 사태 전개이자 중대한 돌파구"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CNN 등 6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군사행동을 하지 않고도 (화학무기 폐기라는) 제한된 목표를 수행할 수 있다면 선호할 만한 방안"이라며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폐기한다면 군사작전을 중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타르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모스크바를 방문한 왈리드 무알렘 시리아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화학무기를 국제사회의 통제에 맡겨 이를 파기하고 (시리아가)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도 가입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경우 시리아가 미국 등 서방의 군사공격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알렘 외무장관도 "우리 국민의 생명과 국가안보를 우려하는 국가 지도부의 입장에서 이를 반긴다"고 화답했다. 이에 대해 독일ㆍ프랑스 등 국제사회도 즉각 환영의 뜻을 보였다.

이처럼 시리아 사태가 외교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일단 오바마 행정부가 정치ㆍ외교적으로 궁지에 몰린 게 첫 번째 이유다.

의회의 군사개입 결의안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통령 리더십이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남은 집권 2기 동안 레임덕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군사공격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거나 회의적인 하원 의원은 218명으로 과반수인 217명을 웃돈다. 벅 매퀸 하원군사위원회 의장은 "오늘 당장 투표를 한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패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 등의 전쟁에서 지친 미국 국민들의 의견도 싸늘하다. 이날 CNN이 지난 6~8일 전국의 성인 1,0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의회의 군사개입 결의안 처리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59%가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시리아 사태에 발목이 잡혀 이민개혁법안, 예산안, 정부부채 상향 조정 등 다른 시급한 현안은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것도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부담이다. 아울러 유럽연합(EU) 등 다른 서방국도 국제제재에는 찬성하면서도 정작 군사개입에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엔의 경우 군사공격에 반대하며 시리아에 화학무기 감독지대를 만들자고 제안한 상태다. 뉴욕타임스(NYT)는 "의회 승인이 삐걱거리는 가운데 (러시아의 중재안은) 군사공격을 주저하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출구전략이 될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의 군사공격 카드가 사라졌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오바마 행정부는 현재 알아사드 정권이 실제 화학무기를 폐기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단지 시간을 끌기 위한 작전인지 의심이 든다"며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압박을 미루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단 대화국면에 진입한 만큼 시리아에 대한 군사공격이 감행되더라도 당초 예상보다는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날 미국 상원도 "러시아의 중재안은 중대한 사태 진전"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설명을 듣기 위해 당초 오는 11일로 예정됐던 군사개입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늦추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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