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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강소기업에서 길을 찾자


지네딘 지단, 루이스 피구, 데이비드 베컴, 박지성. 이들의 공통점은 걸출한 축구 미드필더라는 점이다. 특히 팬들의 뇌리에 가장 깊이 각인된 것은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중원을 누비며 골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글로벌 시장을 축구장으로 비교한다면 아마도 강력한 중소기업이 바로 공격형 미드필더에 해당될 것이다.

히든챔피언 많이 나와야 경제 튼튼

발 빠른 시장조사와 목표 지향적인 연구개발, 과감하게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강소기업(히든 챔피언)은 축구장을 지배하는 공격형 미드필더 이미지 그 자체다. 축구의 승패가 허리싸움에서 판가름 나듯 글로벌 시장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것이 바로 히든 챔피언이다.

세계적인 강소기업 전문가 헤르만 지몬은 히든 챔피언을 '세계 시장 점유율 1~3위를 차지하면서 연 매출 40억달러 이하로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강소기업'으로 정의했다. 히든 챔피언은 대략 전 세계에 2,000개 이상 존재하며 1,300개 이상이 독일에 있다. 이에 힘입어 독일은 주요7개국(G7) 중에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가장 높고 경상수지 흑자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독일 경제의 튼튼한 허리 역할을 하는 강소기업 덕에 독일은 세계적 경제 불황 속에서도 지속 성장과 끊임없는 일자리 창출에 성공하면서 오늘날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드는 경제 양극화와 중산층 붕괴의 덫을 피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실정은 어떠한가. 한국의 무역 의존도는 주요20개국(G20) 중에서 가장 높지만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은 30%대로 독일(80%)에 비해 현저히 낮다. 몇몇 대기업이 위기에 빠지면 국가 경제 전체가 위기에 몰릴 수도 있는 취약한 경제 구조다.

근본적인 해법에 지름길은 없다. 산학연과 정부가 연계해 중소기업을 선진국형 강소기업으로 전환해나가야 한다. 전담부처 강화나 관련 예산 확충만으론 부족하다. 산재된 모든 자원과 아이디어를 촘촘히 엮어 강소기업을 위한 육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우선 미래의 창업자들이 강소기업의 꿈을 키울 저변을 넓혀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부터 사회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기업가 정신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청년창업을 목표로 해외시장 경험을 확대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둘째로 국책연구기관인 출연연구소가 국내 기초연구 성과가 중소기업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는 혁신 제품으로 탄생할 수 있도록 중개 역할을 주도해야 한다. 출연연이 수행하는 국가연구개발 프로젝트에서 강소기업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기획 단계부터 산학연의 역할과 최종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셋째로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만들어낸 인재에 대한 보상을 파격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강소기업이 되기 위한 최우선 요건 중 하나로 연구개발을 통한 혁신을 꼽고 있다. 특허 창출과 상용화에 기여한 우수 인재에 대한 보상 체계를 국가적 차원에서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연구성과 파격 보상 등 기반 조성을

지난해 글로벌 평가기관인 톰슨 로이터가 전 세계 주요 특허 지표를 분석한 결과 한국화학연구원을 비롯한 국내 7개 기관을 세계 100대 혁신기관으로 선정했다. 선정 기준은 다름 아닌 혁신적 특허를 통해 경제 성장에 기여할 가능성이었다. 최근 중소기업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화학연구원도 세계 시장을 100년 이상 지배할 강소 화학기업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중소기업 공공 네트워크를 종합 연계해 특허 전략과 기술 사업화를 중심으로 기업현장 연구원 파견, 글로벌 시장 컨설팅 등을 중장기 패키지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2년 연속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하며 세계 8대 무역대국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화려한 성적표와 달리 우리 앞에는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중진국의 늪에 빠지느냐는 갈림길에 놓여 있다. 죽느냐 사느냐의 독한 마음을 품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강소기업 육성에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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