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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내각 출범 첫날부터 포문

"차입 상한 연연 안해" 대규모 추경 예고<br>환율 이어 증시 가이드라인까지 제시


일본 자민당의 아베 신조 정권 출범 첫날부터 디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아베노믹스'의 포문이 열렸다.

제2차 아베 내각에서 총리와 함께 사실상 정권의 '투톱'으로 자리매김한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ㆍ금융상은 새 내각에 임명된 직후인 27일 새벽 첫 기자회견에서 취임 일성으로 "연간 44조엔(약 550조원)으로 묶여 있는 차입상한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혀 대규모 추경예산 편성을 예고했다. 지난 3년간 민주당 정권이 지켜온 신규 국채발행 44조엔의 한도가 깨지면서 일본은 3년 만에 추경편성을 위해 국채 추가 발행에 나서는 것이 확실시된다.

이는 아베 총리의 의중과도 일치한다. 아소 재무상은 추경예산 규모에 대해 "수치로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기본적으로 경기가 좋아졌다고 (국민들이) 느끼게 되는 것이 제일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들의 기분이 따라 올라오지 못하면 소비세 인상도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대규모 추경과 2013회계연도 예산안 배정을 위한 경제대책, 중장기 성장전략 수립에도 당장 시동이 걸렸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열린 긴급 각료회의에서 ▦부흥ㆍ방재 ▦성장에 의한 부의 창출 ▦안심할 수 있는 생활ㆍ지역활성화 등 2013회계연도 예산안 편성의 3대 중점 분야를 제시하고 이에 맞춰 경제대책을 짤 것을 지시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은 전했다. 앞서 노다 요시히코 민주당 정권이 중시했던 환경ㆍ에너지 등 장기적 육성이 필요한 분야 대신 가시적 경기진작에 도움이 되는 분야로 재정을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엔화약세와 주가지수 상승 흐름을 부추기는 신임 각료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아소 재무상은 "(환율이) 달러당 85~86엔이 되고 주가지수가 1만을 넘어선 것은 단기적 현상일 뿐"이라며 "추세가 안정돼야 하는데 7,000, 8,000 하던 주가지수가 적어도 1만5,000은 돼야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사실상 증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아베 정권은 앞서 총리 자신이 취임 전에 TV프로그램에서 엔화가 달러당 90엔선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언급하는가 하면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간사장도 85~90엔이라는 적정환율을 제시하는 등 출범 전부터 시장 흐름을 직접 유도해왔다. 현직 총리나 관료가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적정환율과 주가지수를 제시하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금기시되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일본은행에 대한 압박 강도도 높이기 시작했다. 아베노믹스 실행의 핵심축인 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정ㆍ경제재생담당상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존중하지만 정부와 공통된 목적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필요하다면 일본은행 정책회의에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아소 재무상도 "디플레이션 경험이 없어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일본은행의 디플레이션 대응이 둔했다"고 지적한 뒤 "우리는 잘못하지 않았다는 발상만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정권은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일본은행이 물가상승률 목표를 2%로 상향하고 이를 달성하기까지 무제한 양적완화를 시행해야 한다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아베 내각이 업무에 본격 돌입한 27일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0.91% 오른 1만322.98로 마감해 동일본 대지진 발생 전날인 지난해 3월10일 이후 1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화가치는 도쿄외환시장에서 장중 달러당 85.84엔을 기록해 2010년 9월20일 이래 2년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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