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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5단체 부회장단이 29일 국회를 방문해 "과잉 입법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강화, 정년 60세 연장 등 경제민주화 입법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9일 전체회의에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일부개정법률안을 상정했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의결하지 못했다. 이 법안은 기술탈취 외에도 하도급 대금의 부당 단가인하, 발주취소, 반품행위에 대해 3배 범위 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통합당에서는 징벌적 손배제 강화가 여야 6인협의체가 합의한 내용이라는 점을 들어 조속한 처리를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에서는 기업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신중한 검토를 외쳐 여야 대치가 계속됐다.
결국 민주당의 박영선 법사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했고 5억원 이상 등기임원의 연봉을 공개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개정안, 공공ㆍ민간 부문 근로자의 정년을 60세까지 늘리는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처리가 줄줄이 미뤄졌다.
이에 따라 29~30일 이틀간 열리는 본회의 중 하도급법을 비롯한 경제민주화 법안의 통과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앞서 경제5단체 부회장단은 국회에서 새누리당의 이한구 원내대표, 나성린 정책위원회 의장과 만나 기업의 이해관계가 걸린 법안 처리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촉구했다.
만남에는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안현호 한국무역협회,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이 참석했다.
이동근 부회장은 "재계로서는 성장을 통해 차후에 복지나 경제민주화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환경노동위원회나 정무위원회에서 기업에 부담이 되는 법률이 충분한 논의 없이 상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원내대표는 "기업이 달라진 분위기 때문에 투자를 주저한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상황이 바뀔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투자계획을 세워달라"며 "우리도 기업들이 미래의 불확실성을 적게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최근 입법 성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많은 기업들이 돈을 쌓아두고 있는데 돈이 있어도 투자하지 않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경제민주화 담론도 좋지만 당장 먹고사는 경제활성화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제5단체 부회장단은 법사위가 열리기 전 박영선 위원장과도 면담을 시도했으나 성사되지는 않았다. 이들은 대신 권성동 법사위 새누리당 간사를 만나 경제계 입장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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