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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남한은 됐다 북으로 가라


지난 12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 사진에 눈이 멈췄다. 파란 세로 줄무늬 환자복을 입은 여성들이 '돼지 발쪽(족발)'을 들고 울먹이고 있었다. 김정은 하사 선물에 감격해서란다.

유치한 선전선동에 실소가 나왔다. 동시에 '북한 인민'들이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을 수 있다는, 북한 사회의 집단최면 내지 세뇌현상에 한숨이 나왔다.

김일성, 김정일이 자연사하는 지난 60여년 동안 평양의 시계 바늘은 그대로다. 자유로운 선거 없이 절대 권력을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고스란히 이어받는 나라는 민주공화국이 아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김씨 왕국이다.

그곳 변방에 사는 성분 안 좋은 백성들은 굶어 죽는 게 다반사란다. '고난의 행군'시절 아사자들이 넘쳐난 지역이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주려 죽는다 한다. 그 한편엔 혁명 혈통으로 상징되는 일등 국민인 평양 시민들의 그런대로 먹고 살 만한 모습이 오버랩된다. 이런 김씨 왕국을 지켜 보노라면 26년 전 일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린다.

26년전 대학가엔 주체사상이

1986년 봄 거리는 뜨거웠다. 4월28일 서울 신림동 사거리에서 김세진, 이재호 두 서울대생이 분신했다. 몸에 불을 붙이기 직전 '반전반핵 양키고홈'을 외쳤다.

그날 1교시 수업을 맡은 최갑수 교수는 비장한 표정으로 휴강을 선언했다. 학생들은 데모하러 몰려 나갔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후보매수 사건에 등장하는 그 최교수다.

'반미자주화 반파쇼민주화투쟁위원회'(자민투, 민족해방(NL) 계열)와 '반제반파쇼 민족민주화투쟁위원회'(민민투, 민중민주(PD) 계열)가 등장, 각목을 들 정도로 교내에서 반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운동권 사상써클(NL계열)에 이른바 '대하여'가 돌았다.

'주체사상에 대하여'였다. 김정일이 썼다는, '칼 마르크스와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을 능가하는 세계 최고 철학의 요약본'이라는 선배들의 설명이 곁들여졌다. 당시 그 논문을 밑줄 그어가며 읽고 토론했다는 게 부끄럽기 짝이 없다.



순수한 마음으로 독재에 항거한 대다수 학생들을 이끌었던 학생운동 '지도부'상당수가 종북(從北)세력이었던 것이다. 이미 1986년에 말이다. 그들은 나중에 '강철'로 불렸던 김영환, 구국학생연맹, 민주혁명당 등의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알려진다.

종북세력 논란이 일 때마다 항상 간첩조작이란 항의가 수반돼왔다. 실제로 많은 조작이 사실로 확인됐다. 사정당국의 의도적 잘못 때문에 종북 검증은 '양치기소년'류의 색깔론 공세로 매도 당하는 신세가 됐다.

최근 통합진보당의 당권파로 불리는 경기동부연합이 종북세력 아니냐는 시비가 일고 있다. 지난 17일 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한 라디오프로에 출현, "경기동부연합으로 지칭되는 당권파"라는 발언을 했다. 그는 또 이들이 "북한과 관련된 사안에서 편향적인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고도 했다.

경기동부연합이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대남적화노선을 추종하는 세력인지 알 수 없다. 아니기를 바란다. 중요한 건 우리 정치권 중 일부가 언제까지 북한의 3대 세습, 반민주ㆍ반인권ㆍ폭력성ㆍ양극화, 핵무기 개발에 대해 입을 꽉 다물고 있을 거냐는 점이다. 그런 정치인들 중 적지 않은 사람이 과거 1980년대 운동권, 즉 486 출신인 건 우연일까.

진보진영, 북 민주화 위해 싸워야

대한민국은 그동안 헌신적인 민주화 운동과 고양된 시민의식에 힘입어 민주사회가 됐다. 노태우 정권까지 합치면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다섯 번이다. 세계 경쟁력 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니트(EIU)의 '민주주의 지수 2010'에 따르면 한국은 20위다. 일본은 22위, 중국은 136위, 북한은 167위 꼴찌다.

한국 정치권이나 사회운동세력 중 혹여 종북세력이 있다면 꼭 해줄 말이 있다. 이제 남한은 됐으니 당신들은 민주주의 초심으로 돌아가 북에 가서 그곳의 민주화에 힘써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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