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변칙 상속ㆍ증여하거나 같은 업종의 중견ㆍ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재벌의 행태는 비판 받아 마땅하고 법 위반시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민주화 2호 법안은 과잉ㆍ중복규제일 뿐만 아니라 실효성도 의심된다. 지분매각 명령 제도의 경우 헌법이 보장하는 사유재산권 침해 시비까지 일 수 있다. 재벌이 계열사를 신설하려 할 때 이 회사가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줘 경쟁을 제한할지 여부를 사전에 판단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자칫 정상적인 투자활동까지 제약할 우려가 크다. 공정위도 이런 것들을 제도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재벌가의 변칙 상속ㆍ증여 문제도 지난해 마련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장치로 폐단을 충분히 차단할 수 있다. 개정 상속증여세법은 소급 적용만 하지 않을 뿐이지 정상가격 여부를 불문하고 과세한다는 점에서 위력적이다.
시장지배력 남용 같은 재벌의 폐해가 커진 데는 현정부 초기 친기업정책 기조에 따라 정부당국의 정책대응이 소홀하고 감시망이 허술해진 탓이 크다. 제도상의 문제만은 아닌 것이다. 부당 내부거래에 따른 제재강도도 최근 상당한 수위로 올라갔다. 최근 SK그룹에 부과된 300억원대의 과징금은 시스템통합(SI) 한 분야에 국한된 것으로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정치권이 칼을 들이대기 전에 대기업 스스로 과거의 폐습을 단절하는 개혁조치가 앞서야겠지만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공약도 현실에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방적인 대기업 때리기와 경제 죽이기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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