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4부(유남근 부장판사)는 “배임의 고의를 갖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전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해 4월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는 기업에 특혜를 주기 위해 무리한 투자를 했다”며 이 전 회장을 기소됐다. 2011년 8월~2012년 6월 이 전 회장의 친척이 설립한 O사와 E사 등 3개 벤처기업의 주식을 비싸게 사들여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1년 반의 심리 끝에 “합리적인 경영판단이었다”고 결론 냈다. 재판부는 “KT는 이 전 회장 취임 이후 유선전화 분야 외 사업 다각화를 꾀했는데 이들 세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그런 KT의 전략에 부합했다”며 “당시 투자는 회계·법률 실사, 투자심의위원회 등 적법한 의사결정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 회장이 투자를 강행하라고 압력을 행사한 정황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E사의 경우 이 전 회장이 투자 결정 단계에서 “(E사가) 역량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면 욕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결별해야 한다”고 하는 등 오히려 객관적인 결정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전 회장이 세 회사들의 재무상태가 열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수가격을 높여주기 위해 회계법인의 잘못된 기업가치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검찰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회계법인의 평가가 잘못됐다 하더라도 이 전 회장이 평가에 개입한 정황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이 회사 임원들의 수당인 ‘역할급’ 27억5,000만원 중 일부를 돌려받아 경조사비 등으로 써 버렸다는 혐의(횡령)에 대해서도 법원은 “회사 경영상 필요한 활동이었다”며 무죄로 봤다.
이 전 회장이 이날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검찰 수사가 애초에 무리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배임죄 부분은 이 전 회장 판결 외에도 검찰과 법원, 하급심과 상급심 간 엇갈리는 판단이 잇따르면서 “배임죄 적용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의 경영판단은 고도로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가 잘못됐다고 무리하게 배임죄를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무분별한 배임죄 적용을 제한하도록 제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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