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족스럽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이유로 핵심 규제 개선 미흡(34.5%), 보이지 않는 규제 강화(24.3%)에다 모순된 규정(21.6%)을 꼽고 있다. 핵심 규제는 그대로 놓아둔 채 손쉬운 것만 해결하고 드러나지 않는 숨은 규제는 되레 늘어났다는 것이다. 중복·갈등을 빚고 있는 규제 정비도 크게 나아진 게 없다. 규제개혁이 얼마나 겉핥기로 진행되는지를 알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의 규제개혁에 대해서도 기업들이 기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혀·별로 기대 안 한다'는 응답이 45%에 달했다. 규제개혁 실현 가능성도 '부정적'이 '긍정적'보다 4배나 많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9일 자료를 내 경제규제를 1년 만에 10% 줄였다고 자랑했다. 자화자찬을 늘어놓은 것은 현장 사정을 모르거나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는 얘기로 들린다.
돌아가는 사정이 이러니 '가시는 뽑아냈는지 몰라도 넝쿨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기업들 사이에서 나오는 것이다. 무엇보다 보이지 않는 규제 증가가 우려스럽다. 식약처의 경우 식품 관련 고시항목마다 규제내용이 담겨 있는데도 규제등록 시스템에는 고시 전체가 1개 규제로 등록돼 있다. 이런 규제 묶음 고시가 무려 280개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조차 덩어리로 포장된 숨은 규제를 하나하나 드러내면 현재 1만5,000여건인 규제 수가 4만건 이상에 달한다고 추정할 정도다. 규제개혁은 기업이 체감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규제개혁은 돈 안 드는 경기부양책이라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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