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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최대 은행인 바클레이스의 리보(LIBORㆍ런던은행 간 금리) 조작 사건의 파장이 이 회사 회장 사임에 이어 영국중앙은행(BOE) 개입 의혹까지 나오는 등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마커스 애지어스 바클레이스 회장은 금리 조작의 책임을 지고 2일(현지시간) 사임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말 바클레이스은행은 금리 조작 혐의를 인정하고 영국과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사상 최대 규모인 2억9,000만파운드(5,200억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금리 조작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로버트 다이아몬드 최고경영자(CEO) 등 임원진은 당시 "올해 보너스를 포기하겠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정치권의 압력이 거세지면서 동반 사퇴설이 확산하고 있다.
이번 조작 사건이 전세계적으로 후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리보가 전세계 금융거래에서 일종의 기준금리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국의 은행이 영국의 은행에서 돈을 빌릴 경우 리보를 기준으로 신용도에 따라 가산금리를 더하거나 빼는 식이다. 이 때문에 리보가 1bp(0.01%포인트)만 움직여도 글로벌 자본 흐름에 막대한 변화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현재 리보에 연동하는 전세계 금융상품 규모는 대략 350조달러에 달한다.
리보는 매일 오전11시10분(런던시각 기준) 런던 16개 은행의 리보 결정 위원들이 각 은행의 차입금리를 영국은행연합회(BBA)에 보고하면 이 중 가장 높은 금리와 낮은 금리를 뺀 평균을 구해 오전11시30분에 발표된다. 영국 금융당국은 이 과정에서 은행 간 담합을 방지하기 위해 일명 '중국 장벽(Chinese wall)'이라고 불리는 엄격한 정보 차단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씨티그룹과 HSBC, JP모건,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UBS 등 조작 혐의를 받고 있어 시스템 자체에 근본적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국 대형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텔레그라프에 "BBA가 광범위한 금리 조작을 사실상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부정행위를 모두가 알고 있으며 모두가 저지르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번 사건에 BOE가 개입했다는 의혹마저 불거지고 있다. FT에 따르면 마빈 터커 BOE 부총재는 2008년 10월29일 다이아몬드 CEO에게 전화를 걸어 "바클레이스가 제출하는 금리가 다른 은행들보다 높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고 이 대화를 전해들은 바클레이스 실무진이 이후부터 적극적으로 차입 금리를 후려쳐서 보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BOE는 이와 관련해 "전화통화 내용은 시장 동향에 관한 의견을 나누는 수준이었으며 금리 조작을 사전 승인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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