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88만원 세대', '잉여인간' 등 특정한 계층을 지칭하는 신조어가 있듯, 영국에서는 2005년 옥스퍼드 사전에 '차브(Chavs)'가 새롭게 등재됐다. 무지한 사람이라는 뜻의 차브는 19세기 집시언어에서 유래한 말로, 하층계급을 폄하하거나 싸구려 문화를 즐기는 세대를 가리킬 때 사용된다.
젊은 정치 평론가로 영국 하층계급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불리는 '차브 현상'을 연구하던 저자는 2011년 출간한 이 책을 통해 차브를 수면 위로 띄운 동시에 계급 혐오와 불평등의 현실을 폭로했다.
그렇다면 차브는 누구인가? 대체로 더러운 공영주택에 살면서 정부의 복지예산을 축내는 소비적인 하층계급과 그들의 폭력적인 자녀들이 '차브'로 정의된다. 저자는 이를 두고 언론과 정치인들이 차브를 먹잇감으로 삼았다고 주장한다. 차브를 복지 정책에 빌붙어 노동을 회피하는 폭력적인 집단으로 그려 혐오주의를 불러일으킨 것. 영국의 대중문화에서도 차브를 허영심 많고 야비하면서 뒹굴거리며 TV나 보는 하층계급으로 묘사한다.
저자는 1980~90년대 영국이 대처 정부 이후 탈산업화를 시작하면서 노동계급이 흔들리고 비정규 일자리가 늘어나던 상황을 주목한다. 다수 노동계급을 먹여 살리던 제조업 등을 구조조정하고 소수가 이익을 독식하는 금융산업에 집중한 결과 '차브'가 양산됐고 이들을 위한 복지 수당을 아까워한 이들이 '차브 혐오주의'를 조장했다는 분석이다. 1만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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