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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전세가격 급등과 반전세 전환, 주택구매 위축과 매매가격 하락세는 주택시장 패러다임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현상이다. 고령화와 인구·가구 변화는 저성장국면 진입과 맞물려 주택시장 환경을 다른 모습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같은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경제개혁3개년계획과 국토부 업무보고는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노력을 담고 있다.
갑작스러운 부담 시장회복에 찬물
최근 발표된 국토부 업무보고에는 많은 내용이 담겨 있지만 이 가운데 주택도시기금과 임대시장 발전을 위한 다양한 대책이 가장 눈에 띈다. 특히 과도한 전세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임차가구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임대시장 발전방안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임대시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투명성을 제고하고 임대산업과 공급 기반을 공고히 함으로써 시장 안정화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주택임대관리업과 리츠 활용 등 다양한 관련 대책도 담고 있어 임대시장 종합대책으로 불리는 데 전혀 손색이 없다. 긍정적인 시그널이 주택시장으로 흘러간다면 주택시장의 중장기 변화에 선제 대응할 수 있어 시장의 발전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정부의 발표 전후로 주택시장 회복 조짐이 감지돼 단기적으로도 긍정적인 기대가 증폭되고 있다.
이 와중에 문제가 되는 것은 임대사업자 과세 방침이다. 임대사업자의 임대수입은 지금까지 과세에서 제외돼 갑작스럽게 과세할 경우 세금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임대사업을 포기하겠다는 사업자도 있어 임대사업 육성을 위한 대책이 오히려 임대사업자 감소로 이어져 임대주택 공급 기반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임대수입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조세 형평성을 해칠 뿐 아니라 투명성 제고 측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이로 인해 주택시장의 정상화나 회복세가 꺾이고 시장이 다시 냉각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문제다. 중장기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대책이 당장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야속하지만 현재로서는 단기조정을 통해 부정적 시각과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소득·지역 감안 단계도입 필요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세를 사업소득, 사업기간, 그리고 지역에 따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즉 임대사업 과세방침의 중장기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자가발전을 위한 기반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대사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줘 시장 형성을 저해할 경우 과세 대상 자체가 없어진다는 점에서 단기 조정이 필요하다. 과세부담에 대한 내성이 생기도록 임대시장 발전을 유도한 후 과세하는 것이 저항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임대사업 과세 문제는 먼 길을 가야 하는 나그네의 마음으로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씩 내딛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임대사업 과세는 시장육성에 필요한 과정이다. 과세방침이 단계별 적용으로 조정되더라도 과세원칙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원칙을 제대로 세우는 길이 된다. 이 덕분에 온기가 도는 주택시장 정상화도 유지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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