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에 이어 이라크 내전 위기가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테일리스크(tail risk)로 급부상하고 있다. 주변국까지 개입해 사태가 악화되면 국제유가가 순식간에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르면서 가뜩이나 회복세가 취약한 세계 경제를 침체 수렁으로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테일 리스크는 발생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메가톤급 충격을 몰고 오는 위험을 뜻한다.
13일 코스피지수는 이라크 사태 악화 우려에 전날보다 1.03% 하락한 1,990.85로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오전 중 1% 이상 급락했다가 반등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원유수입 의존도가 높은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환가치가 이날 하루 동안 각각 0.4%와 0.2%가량 빠졌다. 전날 뉴욕증시에서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이틀 연속 100포인트 이상 떨어지는 등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전날 독일 등 유럽 증시 역시 대부분 하락했다.
이라크의 지정학적 불안이 유가급등을 불러오며 신흥국은 물론 선진국 등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뉴욕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7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 오른 배럴당 106.53달러로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도 배럴당 113.02달러로 3% 이상 급등하며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반면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면서 미 국채나 엔화·금 등의 가격은 강세를 보였다.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의 경우 2.64%로 전거래일보다 0.04%포인트 하락했다. 금값도 1% 오른 온스당 1,274달러에 체결되며 3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이라크 북부를 점령한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수도인 바그다드로의 진격을 선언하면 사태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이란·시리아·터키 등 주변국들도 자국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라크 사태에 개입할 채비를 하고 있다. 주요 유전 생산지대인 남부까지 내전에 휩싸일 경우 유가급등으로 각국 경기 재침체,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금 탈출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 등을 부를 게 뻔하다.
크리스 스크레보스키 전 페트롤리엄리뷰 편집자는 "이라크 사태가 악몽으로 바뀌고 있다"며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수준으로 오르면 세계 경제에 심각한 위협을 주고 140달러까지 상승하면 여러 국가가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