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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G2의 평기평좌(平起平坐)


중국을 찾았던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시진핑 국가 부주석과 화기애애한(?) 회동을 지속하며 5박6일간의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바이든 부통령이 방중기간 내내 최우선적으로 강조한 점은 미국 경제에 대한 중국의 신뢰와 지지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차기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시 부주석도 '화칙양리(和則兩利), 투칙구상(鬪則俱傷)ㆍ화합하면 서로 이익이고 싸우면 둘 다 다친다)'라는 말로 화답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바이든 부통령은 시 부주석과 다섯 차례에 걸친 공식ㆍ비공식 회담을 치르며 미중 친선 대학농구시합 관람, 베이징 서민식당에서 자장면 먹기 등의 파격적 이벤트를 곁들여 중국 인민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는 모습을 연출했다. 미중 회담에서 늘 위안화 절상, 인권 문제 등을 거론하며 중국을 공세적으로 압박하던 미국이 변해도 한참 변한 모습이다. 재정위기, 신용등급 강등 등으로 경제적 궁지에 몰린 미국이 3조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훗날 역사는 이번 시 부주석과 바이든 부통령 회담을 주요2개국(G2) 권력의 균형추가 흔들리는 것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으로 해석할지 모를 일이다. 해가 지지 않았던 대영제국이 몰락한 것도 2차대전의 후유증으로 막대한 국가부채가 쌓이면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영국은 많은 돈이 드는 해외 군사기지를 더 이상 운영할 수 없었고 당시 떠오르던 슈퍼파워인 미국의 반대로 1957년 중요한 해상항로인 수에즈운하 쟁탈전쟁에 패하면서 외국에 머무르던 영국군을 철수시켰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전ㆍ이라크전 등을 치르면서 막대한 전비를 썼고 재정적자 문제로 초유의 신용등급 강등사태를 겪는 것을 보노라면 대영제국 몰락의 단초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물론 당시 영국과 현재의 미국을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다. 미국은 여전히 범접하기 힘든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한데다 경제적으로도 세계 지배 통화인 달러화의 대안을 찾기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의 재정위기와 이에 따른 경제적 쇠퇴가 미국과 중국, G2의 세력 균형(status quo)을 뒤흔들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중국의 강력한 반발로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자국법인 '대만관계법'에 의거해 중국을 견제하고 아시아 영향력 확대를 위해 대만에 전투기 등 신형 군사무기를 판매해왔지만 이제 미 국채 투자의 목줄을 죄고 있는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G2 회담이 과거와 달리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겠다는 평기평좌(平起平坐ㆍ지위나 권력이 동등하다) 성격으로 바뀌는 역사적 사건이라는 진단은 여러모로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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