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 규제 대상 업체들은 2017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4억2,300만톤)넘게 감축해야 해 생산량·가동률을 줄이지 않으면 배출권을 구입하거나 과징금을 물어야 할 형편이라고 하소연한다. 지난 4년간, 그리고 향후 몇 년간 신증설에 따른 배출량 증가가 거의 반영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발전·에너지, 비철금속, 디스플레이 업계의 감축률은 27~22%로 평균을 웃돈다. 배출량을 줄이려면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데다 글로벌 경기침체, 중국·산유국 등의 덤핑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도 15%를 감축해야 한다. 철강업종은 올해에만 1,000억여원, 석유화학 업계는 3년간 7,800억원가량의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아우성이다. 전경련은 톤당 3만원의 과징금을 적용할 경우 산업계 전체적으로 3년간 비용부담이 12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중국·베트남 등지에 있는 사업장의 생산물량을 늘리거나 아예 생산기반을 해외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업체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규제 기요틴(단두대)까지 부르짖는 것과 엇박자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우리의 실력 이상으로 국제사회에 뭔가 보여주려고, 혹은 기왕에 약속한 일이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며 배출권 과잉규제를 밀어붙여선 안 된다. 올해 2020년 이후 BAU 전망 작업을 한다니 2015~2020년 BAU도 합리적으로 재조정해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그에 앞서 신증설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할당량 예비물량도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면서 기업의 투자의욕을 위축시키는 '엇박자 규제'를 내놓지 않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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