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헨티나
123년 전통 자국 리그 세계 리그 순위 6위 자랑
선수들 자국서 명성 쌓고 해외로 나가
● 독일
구단 유소년팀 명장이 지도… 협회는 '재능육성 프로그램' 시행
10~20년 앞 내다 보고 큰 그림 그려
월드컵 2회 연속 8강에 이어 24년 만에 결승에 오른 아르헨티나와 결승 진출만 벌써 8번째인 독일의 저력이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전통의 축구 강국이라는 설명만으로는 발전 없는 부러움만 생길 뿐. 14일 오전4시(한국시각) 열릴 2014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을 앞두고 두 팀을 영원한 우승 후보로 올려놓은 원동력을 살펴봤다.
◇아르헨티나 축구, 인적 수출·내수의 균형=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바르셀로나), 곤살로 이과인(나폴리)…. 아르헨티나를 결승에 올려놓은 주역들은 전부 해외파다. 23명 최종 엔트리 가운데 아르헨티나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3명뿐이다. 숫자만 보면 '수출'과 '내수'의 심각한 불균형이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1부리그인 프리메라 디비시온은 국제축구역사통계재단(IFFHS)이 올해 발표한 각국 리그 순위에서 브라질에 이어 6위에 오른 경쟁력 있는 리그다. 123년 전통을 자랑하며 유럽 빅리그처럼 팀도 20개다. 내년 시즌부터는 10개팀이 2부리그인 프리메라B 나시오날에서 올라와 30개팀으로 운영된다. 리베르 플라테, 보카 후니오르스, 인디펜디엔테 같은 대표 구단들은 세계적 명문으로 꼽힌다. 남미 리그가 다들 그렇듯 재정난에 시달리는 구단이 많지만 한 경기 평균 관중이 2만명에 가까울 정도로 인기가 많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아르헨티나리그 산로렌소 구단의 열성 팬이다.
알레한드로 사베야 대표팀 감독 역시 2011년까지 아르헨티나리그 에스투디안테스 사령탑을 맡다가 2009년 코파 리베르타도레스(남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계기로 2011년 7월부터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다. 최종 명단에서 탈락하기는 했지만 최근 1년간 자국 리그 소속 7명이 대표팀에 발탁돼 예선 통과에 힘을 보탰고 수비수 마르코스 로호(스포르팅), 페데리코 페르난데스(나폴리), 미드필더 엔소 페레스(벤피카), 골키퍼 아구스틴 오리온(보카 후니오르스) 등 현재의 대표팀 중 상당수는 사베야의 에스투디안테스 시절 제자들이다. 페르난도 가고(보카 후니오르스), 막시 로드리게스(뉴웰스) 등 과거 빅 리그에서 활약했던 선수들도 속속 자국 리그의 친정팀으로 복귀했다. 자국에서 명성을 얻은 감독이 자국 리그에 뿌리를 둔 선수들을 이끌고 월드컵 결승까지 행군한 것이다.
◇세계적 명장이 유망주도 돌보는 독일=2008년 7월부터 7년째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를 이끌고 있는 위르겐 클로프 감독. 두 차례 리그 우승과 2012-2013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이끈 이 명장은 주기적으로 구단이 운영하는 유소년팀을 찾아 직접 지도한다. 대성할 재목을 한 명이라도 많이, 한시라도 빨리 발굴해내려는 노력이다. 아이들은 TV에서만 보던 명장의 말 한마디, 손짓 하나에도 감동하게 마련. 훗날 대선수로 성장하는 데 정신적 자양분이 된다.
독일 축구의 성공에 체계적인 유소년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축구 팬이 아니라도 잘 아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그 체계의 중심에 프로팀의 세심한 관심이 있었다는 것. 독일축구협회(DFL)는 대표팀이 1998년 프랑스 월드컵 8강에서 탈락하고 유로2000(2000년 유럽선수권)에서 1무2패 조 꼴찌에 그치자 독일 축구의 '리부트'를 선언했다. 유소년 축구부터 바로잡고자 2002년 7월 전국 단위의 '재능육성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축구를 하는 11~17세 2만2,000여명 아이들의 특별 훈련에 1,200여명의 전문 코치가 투입됐다. 독일 전역에는 이들의 교육이 이뤄지는 390여개의 캠프가 생겨났다. 협회에 따르면 2010년까지 9년간 유소년 축구 발전에 투입된 돈은 5억2,000만유로(약 7,190억원)에 이른다.
특기할 사실 하나는 이 기간 분데스리가 선수의 평균연령이 종전 27.09세에서 25.77세로 한 살 이상 낮아졌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44%에 이르렀던 외국인 선수 비율도 38%로 줄었다. 각 프로팀이 유소년팀 운영에 있어 형식적 유지에만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국 유망주를 키워 프로 경기에 기용했다는 얘기다. 독일은 전국 대부분 지역이 분데스리가 1부리그나 2부리그 팀의 연고지로 맺어져 있고 이 팀들이 협회 지시대로 유소년팀 또는 아카데미를 성실하게 운영하다 보니 인재를 놓칠 일이 없다. 이번 대표팀에서 활약 중인 미드필더 율리안 드락슬러(21·샬케)는 17세에 샬케 구단 1군에 선발돼 챔스리그를 6경기나 경험하기도 했다. 미국의 한 매체는 독일 축구의 인재 육성 시스템을 공장의 조립생산 라인에 비유했다. 10~20년 앞을 내다본 큰 그림이 독일 축구를 마르지 않는 샘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독일은 10여년 전 잘 뿌려놓은 씨를 세계 무대에서의 좋은 성적이라는 수확으로 돌려받고 있다. 메주트 외칠(아스널), 마리오 괴체(바이에른 뮌헨), 마누엘 노이어(뮌헨), 토니 크로스(뮌헨) 등 이번 월드컵 주축들이 전부 재능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독일의 자랑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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