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빅3'의 이익을 대변하는 싱크탱크인 미국자동차정책위원회(AAPC)가 전날 성명을 발표하고 "과도한 엔저로 미국 자동차의 수출가격이 상대적으로 오르는 등 주요 교역국이 희생되고 있다"며 "일본이 '이웃나라 거지 만들기' 정책을 노골화하고 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특히 매트 블런트 AAPC 위원장은 "오바마 행정부는 일본 정부에 엔화 약세를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반드시 보내야 한다"며 "이를 따르지 않는다면 즉각적인 보복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경고하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위태하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대중 봉쇄를 위해 아베 정권의 정치ㆍ경제적 안정이 필요한 만큼 엔화 약세를 당분간은 용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엔화 약세가 미국 제조업체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키거나 글로벌 통화전쟁으로 확산돼 혼란을 초래할 경우 즉각적인 압박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레이 애트릴 호주국립은행(NAB) 통화전략가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역시 대규모 양적완화로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마당에 엔화 약세가 그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며 "동북아 환율전쟁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인다면 즉각적이고 다각적인 제재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임스 불러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역시 지난 10일 "일본의 태도와 '이웃나라 거지 만들기' 정책의 리스크를 우려한다"며 경고장을 날린 바 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엔저 유도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여 환율정책을 둘러싸고 미국과 일본 간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정ㆍ경제재생 담당상은 18일자 월스트리트저널과의 회견에서 "과다한 엔고가 여전히 시정 중에 있다"고 밝혀 엔저 정책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노골화했다.
이처럼 글로벌 환율전쟁이 가속화하면서 한국, 유럽연합(EU), 러시아 등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과 독일도 아베 정권을 정면 공격하고 나섰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17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수출 촉진을 겨냥해 경쟁적으로 통화가치를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며 세계 통화전쟁 가능성을 경고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이날 일본의 공격적인 통화정책에 대해 "매우 우려할 만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빚어낸 결과가 국제 금융시장에 유동성 과잉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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