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소득주도 성장론이 세계적 추세이기는 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의 키워드로 '최저임금 인상'을 내세웠고 일본·독일 등도 성장 패러다임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보고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으로 기조를 전환하는 분위기다.
아무리 그래도 여당의 태도 변화는 혼란스럽다. 기업에 가해질 부담과 일자리 축소 가능성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 성장론은 옳지 않다고 줄곧 주장해오더니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그럴 만한 상황 변화에 따른 것인지 공연한 변덕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대선 때는 '복지'와 '경제민주화'로 야당과 인기 경쟁을 벌이더니 이번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 성장론'으로 야당과 한판 승부를 벌이겠다고 작정이라도 한 것인가. 그렇다면 경제의 미래를 건 위험한 포퓰리즘 도박일 뿐이다.
정부의 태도 변화도 갈피를 잡기 어렵다. '초이노믹스'를 앞세운 성장 드라이브는 어디 가고 난데없이 왜 임금인상 드라이브인지 납득할 수 없다. 최 경제부총리는 최근 디플레이션에 대한 공개적인 우려 표명도 모자라 기업에 부담이 큰 임금 인상까지 역설하는 이유를 소상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의 경제인식이 달라진 것인지 성장정책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한 것인지 분명히 알아야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나름의 준비를 할 수 있지 않겠나.
누가 뭐래도 분명한 것은 임금 인상이 경제성장에 우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올해 임금을 동결하고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올해 적정임금 조정률을 1.6% 이내로 제시한 마당에 정부가 앞장서 공무원의 임금을 3.8%나 올려가며 임금 상승을 유도하겠다니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구나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은 되레 일자리만 줄이는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까지 있다지 않는가. 당정은 섣부른 소득주도 성장론으로 근로자의 인기를 탐하기보다 기업의 경쟁력이 살아나야 임금도 오르고 경제도 회복될 수 있음을 진솔하게 설명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일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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