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완화 기조로 아파트 분양권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지만 막상 정부는 분양권 거래가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 제대로 된 통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분양권 시장은 청약제도 등 주택 공급 정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아파트 분양권 숫자는 총 8만4,905건으로 지난 2006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 7월 분양권 숫자가 2만8,579건으로 월별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분양권 거래가 사상 최대 규모로 늘었다는 보도가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운영하는 '온나라 부동산정보 종합포털' 통계의 분양권 항목은 거래량이 아닌 검인 건수와 분양권 전매신고 건수를 합친 수치다. 검인은 2~3년 전 분양권을 매입한 아파트의 준공 시기 즈음에 이뤄지는 소유권 이전 등기 직전 절차다. 즉 현재 분양권 시장이 아닌 몇 년 전 과거 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수치인 것이다.
만약 검인을 받은 예비 입주자들이 분양권 전매를 하지 않은 채 입주까지 했다고 가정하면 올해 3·4분기 입주예정물량인 5만9,168가구를 검인 숫자로 볼 수 있다. 이 수치를 전체 분양권에서 빼면 분양권이 거래된 수치를 대략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경우 올해 3·4분기 분양권 거래는 2만5,737건으로 같은 방법으로 계산한 지난해 같은 시기의 2만7,360건(분양권 5만9,099건, 입주예정물량 3만1,739가구)보다 오히려 더 줄어든 것으로 나온다.
다만 검인과 입주예정물량을 동일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실제로 분양권 거래가 줄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결국 국토부의 분양권 통계 수치만 갖고는 분양권이 얼마나 거래됐고 어느 정도 증감했는지를 알 수 없다는 의미다.
문제는 국토부 내에서도 분양권 거래 통계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권 거래만을 공식적으로 집계하는 과정은 없다"면서 "통계항목은 통계청과 협의해 결정하기 때문에 변경 절차에 시간이 걸리고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들어오는 자료도 분양권 거래만 쪼개서 발표하려면 정확도가 낮아져 검증 단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적절한 정부 정책 수립을 위해서도 이 같은 거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약제도는 무주택 서민들에게 최초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인데 최근 규제 완화로 분양권 거래가 활발하다면 어떤 지역, 어떤 아파트가 활발한지 확인을 해봐야 될 것"이라며 "분양권 거래를 제대로 분석해야 향후 신규 분양주택을 배분하거나 청약제도를 어떤 식으로 끌고 나갈지에 대해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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