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기상청에 따르면 나크리는 전날 중심기압 980헥토파스칼, 최대풍속 25m/s의 중형태풍으로 강풍과 폭우를 동반하며 우리나라 서해안을 지나갔다. 서해상에 진입한 뒤 소형태풍으로 약화됐고 이날 오후 4시께 열대성저기압으로 바뀌며 소멸됐다. 나크리의 영향으로 주말 전국 대다수 지역에 태풍 경보가 발령됐지만 이날 오전 7시께 태풍주의보로 바뀌었고 오후 들어 육상에 내려진 태풍주의보도 해제됐다.
나크리는 주말과 휴일에 강한 바람과 폭우를 동반하며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 이날 새벽 경북 청도군 운문면에 자리한 오토캠핑장에서 승용차 한 대가 불어난 계곡물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승용차에는 어른 5명과 아이 2명 등 7명이 타고 있었고 계곡 하류 1.2km 떨어진 곳에서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청도에는 이날 새벽부터 장대비가 4시간여 동안 내렸다. 이들은 청도 운문면 신원리의 한 펜션에 투숙한 뒤 새벽에 빠져나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는 유례 없는 폭우로 인해 관광산업이 타격을 입었고 정전 피해가 속출했다. 제주 윗새오름은 전날 하루 동안 1,182mm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이는 지난 2002년 12월 한라산 자동기상관측장비(AWS)를 설치한 이후 하루 내린 강수량으로는 최다 기록이다. 1일부터 이날까지 3일 동안 내린 비의 양은 무려 1,500㎜에 달한다. 태풍 특보가 내려지면서 제주도를 오가는 항공기와 여객선의 운항이 대부분 중단됐다. 전날 국제선 30편·국내선 381편 등 400편이 넘는 항공기가 뜨지 못해 결항률이 93.6%에 달했다. 제주와 다른 지방을 잇는 6개 항로의 여객선 등도 모두 통제됐다. 여름 휴가철 최고 성수기에 하늘길과 바닷길이 막히면서 제주 관광산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제주관광업계에서는 이번 주말 7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항공기와 여객선의 결항으로 인해 줄줄이 취소됐다. 또 강풍과 폭우의 영향으로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 신흥리 일대 127가구, 우도 일대 869가구 등 1,600여 가구가 정전으로 불편을 겪었다.
광주 전남지역에도 이틀 동안 300~400mm가량의 폭우가 내리고 강풍이 불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전날 보성군 겸백면 석호리에서는 주택 11동이 침수됐고 노동면 감정리에서는 주택 16동이 물에 잠겼다. 해남에서는 농경지 9곳 31.3 헥타르(ha)가 침수됐고, 비닐하우스 2개 동(5,700㎡)과 농협 건물 2곳의 지붕 660㎡가 파손됐다. 광주에서는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의 홈구장인 챔피언스 필드에서 가로 1m, 세로 3m 크기의 지붕패널 17장이 강풍에 떨어졌다가 다음날 복구되기도 했다. 목포해양문화축제 등은 주말 프로그램을 취소했고 장흥 물축제장인 탐진강변에도 물이 천변까지 차올라 프로그램을 일시 중지시키고 시설물을 철거하기도 했다. 지리산 산간계곡 야영객 700여명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부산도 관광산업에 적잖은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된다. 부산 해운대와 송정, 광안리해수욕장 등은 전날 파도 높이가 최대 2m에 달하면서 입욕이 전면 금지됐다. 해마다 해운대를 비롯한 부산지역 해수욕장에는 하루 15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리지만 이날은 태풍으로 입욕이 금지되면서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날 김해공항에서는 태풍의 간접영향으로 항공기 6편이 결항하고 10여편이 지연 운항했다.
그 밖에 울산에서는 집중호우로 피서객 등 230여명이 한때 고립됐다가 구조됐고, 인천은 2m가 넘는 높은 파도로 인해 백령도 등 13개 항로의 운항이 통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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