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먹고살 만해지면서 과거처럼 인도적 지원을 받는 데 목을 매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감안해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이끌어낼 유인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김주현(사진) 통일준비위원회 경제분과위원장(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경제가 좋아질수록 체제 유지를 위한 내부 통제의 필요성도 커진다"면서 "이는 대남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우리의 대화 제의에 잘 응하지 않을 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북한에서 대형 자연재해가 발생하지 않은데다 집단농장 인센티브 확대 및 개인용 텃밭 규모가 늘어나면서 농업 부문 생산력이 향상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30%가량을 농업 등 1차산업이 차지하다 보니 이 분야의 성장이 경제 전반이 호전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당장 5·24조치로 남북경협이 꽉 막혀 있지만 정부가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이면서 숨통을 조금씩 틔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성공단에 대한 신규 투자는 어렵더라도 보육원이나 기숙사 건립 등은 북한 주민들의 생활여건 향상 측면에서 허용하는 등의 융통성을 발휘하라는 것이다.
또 남북관계가 개선될 경우 장기적 측면에서 북한이 원하는 방향의 경제협력이 진행돼야 할 것이며 이 역시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첫번째 단계로는 현재 1단계 100만평 중 40만평만 개발된 개성공단의 1단계를 완료하는 것이다. 이 경우 100여개 기업의 추가적으로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남·북·중·러 다자간 협력사업이 진행 중인 '나진-선봉' 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 및 지하자원 개발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두번째 단계에서는 남북한 철도 연결과 항만 개발 등 북한 전역의 SOC 개보수가 진행돼야 하며 세번째 단계는 북한 내 산업을 재배치해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하면서 본격적인 남북한 간 경제통합을 이뤄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위원장은 "남북한이 통일되면 인구 증가로 새로운 내수시장을 확보하게 되며 인력과 지하자원 등이 풍부해지고 국방비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내륙을 통해 중앙아시아까지 연결이 가능해져 그쪽 지역의 2억명 인구를 수출시장으로 확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출산율이 1.25명에 불과한 데 비해 북한은 1.98명에 달하고 있어 인구구조 측면에서도 통일의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며 북한의 경우 소득 수준에 비해 고등교육이 잘돼 있어 같은 1인당 GDP를 지닌 아프리카 국가의 노동력에 비해 생산성이 훨씬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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