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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약북강 주택시장 판 흔들린다] 전셋값 부담에 강북 '사자' 활기… 정책변수에 강남 '주저주저'

비강남 경매로 내집 마련 늘고 미분양 급속 소진

"강남권 재건축 가격 상승 불투명" 투자자 뒷짐

실수요 중심 정책 겹쳐 당분간 강북강세 지속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다 보니 실수요자는 집값이 저렴한 곳을 찾습니다. 더욱이 급매물을 찾는 게 실수요의 특성이다 보니 거래가 많이 늘었음에도 집값은 안정세를 보이는 다소 낯선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

강남·비강남으로 시장이 이분화되는 데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은 다름아닌 '전세 대란'이다. 치솟는 전셋값에 그동안 선행지표인 강남 주택시장을 살핀후 내 집 마련에 나섰던 비강남권 '장삼이사(張三李四)'의 구매 패턴이 뒤바뀐 것. 집값의 턱밑까지 올라온 전셋값 때문에 굳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어도 주택을 구매하는 사례가 일반화하고 있다.

이 같은 주택시장의 '디커플링' 현상은 서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강남이 냉랭한 분위기를 나타내는 가운데 서울의 주택거래가 활황기에 버금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도권 미분양도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다. 경매시장도 싼값에 내 집을 마련하려는 이들이 몰리면서 낙찰가율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강북 거래 움직이는 힘은 전셋값=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85.4%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이 85%선을 넘은 것은 2010년 1월 이후 4년여 만의 일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78.3%에 비하면 7.1%포인트나 상승했다.

최근 들어 실수요자들이 싼값에 내 집 마련이 가능한 경매시장에 대거 몰리면서 경매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게 경매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초 5.4명에 불과했던 평균 응찰자 수는 올해 1월 들어 7.1명으로 높아진 후 3월 들어서는 7.4명을 기록했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최근 경매시장에는 전셋값 상승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경매를 통해 내 집 마련에 나서면서 과열 양상이 나타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전셋값 고공행진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자들이 수도권 외곽으로 몰려가면서 경기도 일대 저렴한 가격의 미분양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만8,000가구가 넘었던 경기도 미분양 아파트는 2월 현재 1만9,553가구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정책변수에 소극적인 투자수요=이렇게 강남과 비강남 거래시장의 구매 패턴이 달라지다 보니 강남 재건축을 선두로 하는 주택가격 증폭의 매커니즘도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주요 재건축 단지에 호재가 발생해 거래량이 늘어나면 강남권 집값이 올라가고 다시 수도권 주택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전체 주택시장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던 예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렇게 가격증폭의 고리가 끊어지다 보니 거래량이 부동산 호황기 때만큼 늘어났음에도 서울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여전히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정부의 정책변수에 민감한 분위기다. 상당수 수요가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수요이기 때문이다. 최근 월세 소득에 대한 과세 방침을 담은 2·26대책이 발표된 후 강남권 재건축 단지 거래가 크게 위축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거래가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투자자들의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지 않고 있다"며 "재건축 거래가 2·26대책 이후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도 결국 투자수요가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수요 위주 정부 정책도 한몫=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도 이 같은 현상을 가속화하는 데 촉매제 역할을 했다. 세제혜택을 중심으로 투자심리를 진작하려했던 이명박 정권의 부동산 대책과 달리 박근혜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실수요 중심의 대책을 쏟아냈다. 대표적인 예가 공유형 모기지론이다. 공유형 모기지란 무주택자가 아파트를 살 때 1~2%의 싼 이자로 자금을 빌려주되 주택가격 변화에 따른 손실이나 이익을 국민주택기금과 나누는 방식의 대출상품이다. 이 같은 대책들이 이어지면서 불황을 거듭하던 주택 거래시장이 정상화 문턱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반대로 2·26대책은 투자심리를 꺾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연초부터 실수요 중심으로 거래가 살아나면서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강남권 시장도 반짝 오름세를 보였다. 하지만 임대소득에 과세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탓에 대부분이 다주택자인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렸던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에서 투자심리를 억누르는 대책이 나오다 보니 강남이 전체 주택시장과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강남권의 투자심리를 살릴 만한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보니 앞으로도 이 같은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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