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의 이정협' 이재성(전북)이 헛심 공방으로 끝날 뻔했던 '차두리 은퇴 경기'를 승리로 돌려놓았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종료 5분 전 터진 미드필더 이재성의 결승골로 1대0으로 이겼다. 지난 1월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 뒤 첫 A매치였던 27일 우즈베키스탄전 1대1 무승부를 더해 국내 평가전을 1승1무로 마감한 대표팀은 이제 2018 러시아 월드컵 체제로 전환된다. 지난해 10월 대표팀을 이어받아 27년 만의 아시안컵 결승 진출을 이끈 울리 슈틸리케(독일) 감독은 오는 6월11일부터 열리는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통해 9회 연속 본선 진출에 도전한다. 2차 예선은 5개 팀씩 8개 조로 나눠 치러지며 이 가운데 12개 팀이 최종 예선에 나가 4개 팀이 본선에 직행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6위 한국은 134위 뉴질랜드를 맞아 고전했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됐지만 체격과 체력이 좋은 상대는 초반부터 압박과 역습으로 한국을 곤경에 빠뜨렸다. 출전 명단에 18세 선수가 있을 정도로 젊은 팀인 뉴질랜드는 경기 내내 내린 비 탓에 패스 게임에 어려움을 겪은 한국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3년 6개월 만의 A매치 득점을 노렸던 원톱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은 왕성한 활동량에 비해 결정력이 부족했고 측면의 손흥민(레버쿠젠)은 전반 막판 한교원(전북)이 얻은 페널티킥을 넣지 못했다. 0대0으로 끝나가던 경기를 바꿔놓은 것은 '국내파' 이재성이었다. 후반 19분 손흥민을 대신해 들어간 이재성은 한두 차례 예리한 슈팅으로 '영점'을 잡더니 후반 41분 골망을 갈랐다. 김보경(위건)의 슈팅을 골키퍼가 쳐내자 왼쪽에서 마무리한 것이다.
지난 시즌 K리그에 데뷔해 4골 3도움(26경기)으로 주목받았던 이재성은 A매치 2경기 만에 골을 터뜨리며 새로운 '슈틸리케의 황태자'로 떠올랐다. '무명' 공격수 이정협(상주)을 발탁해 아시안컵에서 재미를 봤던 슈틸리케는 '제2·제3의 이정협'을 찾아내겠다고 공언했고 이번 평가전 2연전에 이재성에게 기회를 줬다.
대표팀은 샛별의 '한 방' 덕에 이기기는 했지만 무딘 공격력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됐다. 확실한 원톱 공격수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투톱 전술로 변화를 줘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오른쪽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차두리는 전반 43분 김창수(가시와 레이솔)와 교체되면서 A매치 76경기 4골 7도움 기록을 남기고 14년 대표팀 생활을 마무리했다. 하프타임에 진행된 은퇴식에서 아버지 차범근 전 수원 감독과 포옹한 차두리는 "나는 잘하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하려고 애썼던 선수다. 알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